대법 “경찰 계략탓 범행…무죄”
4년 전 마약에 손을 댔다가 교도소에 가야했던 김아무개(33)씨는 출소 뒤 마약을 끊고 야채행상을 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마약을 하며 알게 된 임아무개씨로부터 “히로뽕을 구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김씨는 “옛날에 마약을 끊었다. 어린 딸을 돌봐야 한다”며 임씨의 부탁을 딱 잘라서 거절했다. 그러나 임씨는 1주일 내내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거듭된 부탁에 결국 김씨는 손을 들고 말았다. 임씨로부터 히로뽕 구입자금 50만원을 건네받은 김씨는 마약 판매상에게 20만원을 주고 히로뽕 0.3g을 샀다. 1시간30분 뒤 김씨가 묵고 있던 모텔 방으로 경찰이 들이닥쳤고 김씨는 히로뽕을 ‘구입·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는 전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의 ‘함정수사’였다. 임씨가 구치소에 수감된 친구의 형기를 덜 수 있는 방법을 묻자 경찰은 “마약사범 검거에 협조하면 형을 줄여주겠다”고 했고, 임씨는 김씨를 ‘엮기로’ 한 것이다.
경찰은 히로뽕 구입자금 50만원을 임씨에게 대줬고 “여자가 있으면 유인하기 쉬울 것”이라며 여자까지 동원해 김씨를 여관으로 유혹했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함정수사’를 통한 기소는 무효라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도 원심을 확정하며 “히로뽕을 구입·투약할 의사가 없었는데 경찰의 계략에 의한 함정수사로 범죄가 유발됐다”라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마약 판매책은 공작수사를 하지만 투약사범은 제보나 진술을 통해 검거한다”며 “김씨를 마약 판매상으로 알고 공작수사를 폈다”고 해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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