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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과거사위 보고서 ‘범행 지시자’ 모호해 유감”

등록 2007-10-29 19:12

‘김대중 납치사건’ 현장 첫 확인한 한통련 곽동의 고문
‘김대중 납치사건’ 현장 첫 확인한 한통련 곽동의 고문
‘김대중 납치사건’ 현장 첫 확인한 한통련 곽동의 고문
1973년 8월8일 김대중 납치사건이 발생한 일본 도쿄의 그랜드플라자호텔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한국인은 곽동의(77) 현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상임고문이었다. 한통련의 전신인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의 결성작업에 참여하고 있던 그는 이날 전화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사건 발생 50분 만인 오후 2시5분이었다. “현장에는 마취제 냄새가 진동했다. 그 자리에서 성명서를 쓰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중앙정보부의 소행이라고 고발했다.”

28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만난 곽 고문은 ‘국정원 과거사건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보고서 발표(24일)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 3시간 동안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먼저 보고서에 대해 “수고한 흔적은 보이지만 범행을 지시한 사람과 범행 목적 등 핵심 내용이 모호하게 처리된 게 유감”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건 당시 ‘중앙정보부 소행’ 회견
2004년 입국 김 대통령 상봉 감격
‘반국가단체’ 족쇄는 여전 “답답”
“남북화해 인물 구출운동 자부심”

한민통과 김 전 대통령은 서로 뗄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민통 의장에 취임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다가 납치당했다. 한민통은 1978년 대법원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는 반국가단체로 낙인찍혔고, 81년 김 전 대통령이 반국가단체의 수괴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형 판결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의 석방을 위해 서명운동을 주도해 120만명의 서명을 모았던 그는 아직도 반국가단체 구성원 신분이라는 족쇄에서 풀려나지 못한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남 진해 출신인 그는 참여정부 출범 뒤인 2004년 10월 정식 여권을 받고 40여년 만에 입국해 김 전 대통령과 감격적 상봉을 하기도 했지만 ‘빨갱이’ 낙인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한민통이 반국가단체로 지목된 것은 78년 재일동포인 김정사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에서 “반국가단체인 한민통의 지시를 받았다”라고 언급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재일동포 간첩으로 체포된 윤호동은 기자회견에서 “1970년 4~5월 곽동의를 북한으로 데러가 밀봉교육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곽 고문은 “당시 나는 민단 회의에 참여했고, 아는 사람의 교통사고 뒷처리를 맡고 있던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정사의 재심 청구 결과가 나온 뒤 한민통의 명예회복을 위한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48년 대학 입학을 위해 일본에 건너온 그는 특별히 공안당국의 지목을 받은 까닭을 묻자 “목숨을 걸고 운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한국전쟁이 나자 학도의용군 입대를 자원한 반공청년이었다. 그러나 전쟁 체험은 그를 철저한 민족주의자로 만들었다. “전쟁은 비참한 것이고, 동족간 전쟁은 더더욱 그렇다. 전쟁은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쟁에서 배우고 왔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가 그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 쿠데타 당일 민단 임원선거에서 단장에 선출된 권일이 지지 성명을 발표하려고 하자, 그는 민단 한국청년동맹위원장 신분으로 반대 견해를 공개 표명했다. 군사정권의 요주의 인물로 찍힌 그는 한·일 회담과 3선 개헌 반대운동, 민단 민주화운동에 적극 나서다 결국 74년 민단으로부터 제명을 당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구출운동을 한 사람의 처지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예를 다 갖췄다고는 할 수 없다. 감사의 말은 아니더라도 위로의 말이라도 직접 듣고 싶다. 그렇지만 그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연 것은 민족사에 영원히 기념할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의 구출운동을 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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