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조선통신사 400돌 행사 함께 치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교토본부가 중앙조직의 대립과 갈등을 뛰어넘어 3일부터 조선통신사 일본방문 400주년 행사를 함께 치른다. 교토시 산하 국제교류협회도 공동주최자로 나서 기념행사의 비용 일부와 장소를 제공한다. 한·일 교류를 기념하는 조선통신사 400주년 행사는 올해 일본의 각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민단·총련·지자체 단체가 함께 치르는 곳은 교토뿐이다.
이번 기념행사에는 △귀(코)무덤 위령제(6일) △교토시내 초중등학생과 총련의 민족학교 학생들의 그림전(3~11일) △조선통신사의 그림 패널전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민단·총련 관계자와 일본인이 함께 임진왜란 때 희생된 조선 백성과 병사의 귀과 코가 묻힌 교토 히가시야마구의 귀(코) 무덤 앞에서 억울하게 죽은 넋을 위로하는 행사를 갖는 것은 처음이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차례에 걸친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 초기 통신사 일부 일행이 귀(코) 무덤에서 위령제를 지냈으나, 그 이후는 양쪽의 견해가 달라 중단됐다.
이번 공동 개최는 4년 전부터 민단과 총련, 교토시 등 3자가 해마다 공동으로 실시하는 ‘코리안 살롱 메아리’ 사업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정치색을 배제한 채 고구려 벽화문화전, 가극단 공연, 요리교실, 한글 상설강좌 등 순수 민족문화 위주로 행사를 치러왔다. 총련 교토본부의 리계순 지도원은 “30명 규모의 한글 상설강좌에선 입문·초급반은 총련 쪽 강사가, 상급반은 민단 쪽 강사가 맡는 등 모범적인 공동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단 교토본부의 김준득 사무부국장도 “교토를 발판으로 민단과 총련의 교류사업이 다른 지역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 행사를 바라보는 민단과 총련 중앙조직의 견해차는 크다. 총련은 지난달 5일 민단 중앙본부에 2차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모임을 함께 열 것을 제의했으나 거부됐다. 민단 중앙본부 관계자는 교토 공동행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락했다고 밝혔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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