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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법주차 딱지, 식당 앞 차는 통과 ‘운영의 묘’?

등록 2007-11-01 10:26수정 2007-11-01 13:01

단속요원들이 한 고급 식당인 ‘ㄹ’ 레스토랑 앞에 있는 ‘대리주차’ 요원과 수신호를 주고 받으며(왼쪽위 원) 이 식당 앞 불법주차된 차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단속요원들이 한 고급 식당인 ‘ㄹ’ 레스토랑 앞에 있는 ‘대리주차’ 요원과 수신호를 주고 받으며(왼쪽위 원) 이 식당 앞 불법주차된 차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단속요원들, 식당 주차직원과 손짓하며 못본 척
“떡값은 없다”지만 궁색한 변명에 시민들 분통
“왜 내 차만 단속되는 거야?”

‘불법주차’ 딱지를 떼여본 운전자라면 한번쯤 품게 되는 생각이다. 주변에 있는 다른 차들은 ‘멀쩡’한데 자신의 차 앞 유리창에만 붙어 있는 ‘불법주차’ 딱지를 보면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운전자들의 생각이 괜한 ‘피해의식’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연하게 ‘형평에 맞지 않는’ 주차단속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취재했다.

[현장] 서울 동부이촌동의 이상한 주차단속

[%%TAGSTORY1%%]

▶동부이촌동 맛집거리 고급 레스토랑 앞 외제차들 줄줄이


맛집들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은 365일 도로변 불법주차로 골치를 썩는 곳이다. 취재진이 찾은 29일 저녁도 다르지 않았다. 약 1km 정도의 이촌동길에는 어림잡아 수십 대의 불법주차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저녁 8시께 두 명의 서울시청 소속 주차단속 요원들이 단속에 나섰다. 이촌동길은 오전반과 오후반이 교대하면서 수시로 주차단속을 하는 곳이다. 길가에 세운 불법주차 차량을 발견한 단속요원들은 PDA폰으로 차의 번호판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단속 광경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식당 손님들 차’라는 표시

하지만 잠시 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단속된 차량 뒤편에 줄줄이 늘어서 있던 외제 고급승용차들은 ‘무사통과’를 한 것이다. 이들은 한 고급 식당인 ‘ㄹ’ 레스토랑 앞에 있는 ‘대리주차’ 요원과 수신호를 주고 받으며 이 식당 앞 불법주차된 차들을 그냥 지나쳤다. 이들의 신호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식당 손님들의 차’라는 표시였다. 똑같이 도로에 불법주차를 했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은 죄(?)를 지은 차들만 단속이 된 것이다.

단속요원들이 PDA폰으로 불법주차 차량의 번호판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단속요원들이 PDA폰으로 불법주차 차량의 번호판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주차 관리하는 직원 있으면 불법아니냐”는 되물음에 어물어물

기자임을 밝히고 형평에 맞지 않는 ‘이상한 단속’을 따져묻자 시청 소속의 주차단속원 이아무개씨는 “식당 앞에 주차를 관리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단속을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주차 관리하는 직원이 있으면, 불법주차가 아니냐”고 되묻자 “그건 아니다. 하지만 영업하는 사람들의 항의도 있고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혹시 업주로부터 떡값 같은 것을 받고 단속을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떡값 같은 뇌물은 전혀 없다”라며 정색을 했다. 하지만 해명과는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기자의 취재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 윤아무개(32·여)씨는 “바로 뻔히 보이는 데도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며 “단속이라면 형평성이 전제돼야 하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상한 단속’ 형평성 문제 민원 줄이어 서울시도 뻔히 알아

이런 ‘이상한 주차단속’ 실태에 대해 서울시도 이미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다. 주차단속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민원이 그간 끊임없이 들어온 것이다. 서울시 교통지도단속과의 한 직원은 “불법주차 단속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은 과거부터 계속 있어왔다”며 “단속요원들의 교육을 철저히 하고 CCTV나 단속 차량을 이용해 최대한 공정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직원은 “실제 단속의 형평성 문제로 벌점을 받는 요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는 4대의 차량탑재형 CCTV와 168대의 고정식 CCTV, 170여대의 기동단속 차량, 400여명의 주차단속 요원을 운영하며 하루 4천여건의 주정차 위반을 단속하고 있다. (구청 자체 운영 제외) 이 가운데 3천여건이 단속 요원을 통한 인력 단속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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