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박범훈(59) 중앙대 총장에 대한 교수·학생들의 사퇴 압력이 커지고 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회장 황선웅)는 지난 2일부터 박 총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진행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9일까지 투표를 마친 뒤 11일 임원회의를 거쳐 13일 투표결과를 발표하고, 불신임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재단 이사회에 총장 해임 권고안을 낼 예정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교수는 “중앙대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박 총장이 특정 후보의 선거대책위에 가담해 전체 중앙대 구성원에게 짐을 지운 셈”이라며 “학교 공동체의 대표로서 책임감 있는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총학생회도 지난 1일부터 모든 학생들을 상대로 박 총장의 정치 참여에 대한 찬반 및 퇴진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승철 총학생회장은 “첫날에만 3천부의 설문을 받을 정도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달 중순께 박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 학교 누리집 자유게시판에서는 학생들이 실명으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릴레이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 참가자가 60명을 넘은 상태다. 이들은 “학교 발전을 위해 애쓰기보다 정치권에 발을 들이려는 총장에 대한 학생들의 실망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제발 총장님에 대한 마지막 존경심마저도 잃지 않게 해주세요” 등의 의견을 남겼다.
앞서 박 총장은 지난달 25일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임기를 마치기 전에 대학을 떠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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