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인 권영세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10일 한나라당이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투자사업 설명·토론회 의사록을 공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이광재(40) 의원의 개입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 공개된 의사록 의미=이날 공개된 내용의 핵심은 지난해 8월12일 설명회에서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이광재 의원이 철도청에 사업 참여를 제의했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왕 본부장은 다음달에도 철도교통진흥재단 이사회에서 유전 사업을 “이광재 의원이 밀어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같은 해 10월20일에는 이 사업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허문석(71) 코리아크루드오일 대표와 함께 이 의원을 찾아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 개입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왕 본부장은 러시아에서 귀국한 8일 “이광재 의원은 이 사업과 관련해 전화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이 의원은 가장 큰 희생양”이라며 이 의원 개입설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그가 두 차례나 공식석상에서 이 의원을 사업 제안자나 후원자로 지목하고 대출 지원까지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왕 본부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는 “허씨와 함께 이 의원한테 사업을 설명하며 지원을 요청했고, ‘검토해 보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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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지난해 7월 애초 이 사업을 제안한 전대월(43)씨를 허문석씨에게 소개해 준 게 전부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그의 이름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당시 신광순 철도청 차장(현 철도공사 사장)이 이 의원을 찾아가 거듭 지원을 요청했다.
왕 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씨한테서 이 의원이 유전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려는 목적으로 토론회에서 그런 말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철도청에서는 정치인이 개입하는 것에 부담을 가진다”고 말해,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을 내놨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허씨와 함께 이 의원을 찾아간 당일에 신 당시 차장이 먼저 이 의원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는 왕 본부장과 허씨가 10월20일, 신 당시 차장이 11월8일에 각각 이 의원을 찾아갔다는 감사원 설명과 어긋나, 실제로 이들이 이 의원과 더 빈번하게 접촉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나아가 이 사업 계약 문제를 담당한 법무법인 우현에 러시아 알파에코사가 보내온 팩스를 공개하면서 다른 여권 인사들도 개입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팩스의 수신인 2명 가운데 한 명인 ‘헤이즐 서’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인 서혜석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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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원은 계속 부인=하지만 추가 의혹 제기에도 이 의원 쪽은 여전히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우선 철도청 의사록에 “이 사업을 주도하는 외교안보위(이광재 의원)”라고 표현돼 있는 것을 두고 이 의원이 산업자원위 소속인 점을 들어 신빙성을 문제삼고 있다. 의사록에 나오는 ‘외교안보위’는 국회나 열린우리당에 없는 기구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왕 본부장이 이 의원을 찾아왔을 때, 이 의원이 ‘철도청에서 이런 것을 하나?’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며 “(이런 말을 듣고선)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업을 중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본부장이 이 의원의 중학교 동문인 전씨, 이 의원을 통해 전씨가 소개받은 허씨 등과 어울려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의원을 사업 제안자로 착각했거나, 이 의원의 역할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의원 쪽의 설명이다. 6s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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