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이모저모
김 변호사 시종일관 담담한 얼굴…“궁금한 사항 있으면 연락달라”
26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의 비자금 조성 수법과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힌 김용철(49)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은 시종일관 담담한 얼굴이었다. 자신의 심경과 가족들에 대해 언급할 때는 잠시 표정이 어두워지기도 했지만, 여유있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 회견 말미에는 “관련된 문의사항은, 연락을 주시면 모두 설명해 드리겠다”며 홀가분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11시30분께부터 시작됐지만, 취재 경쟁은 아침 10시께부터 시작돼 김 변호사의 발언이 몰고올 파장을 예감케 했다. 회견장이 좁아 취재진 사이에 자리잡기 경쟁이 벌어졌으며, 회견장을 가득 메운 100여명의 기자들은 좌석이 모자라 책상 사이사이에 서서 회견 내용을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제단이 열었지만 사제단 소속 신부들은 배석만 한 채 김 변호사가 준비한 자료를 읽고 기자들과 일문일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삼성그룹의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등의 말이 김 변호사의 입에서 나올 때 취재진은 놀라워하며 크게 술렁이기도 했다.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생중계하는 방송사 기자의 말소리에 김 변호사의 답변 내용이 들리지 않자, 일부 기자들의 “조용히 하라”는 목소리가 방송에 그대로 나가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중앙일보사 위장 계열분리와 관련해서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지 않자 “같은 언론사라서 질문이 없는 것 같다”며 먼저 나서서, 중앙일보와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이의 유착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명예훼손 소송 대상으로 거론된 한 인터넷 언론 기자가 “명예훼손 소송을 건다고 했는데, 그게 어느 부분이냐”고 묻자 김 변호사는 “그와 관련된 내용은 법정에서 공적으로 나누자”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삼성 쪽 관계자들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으나,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는 기자들과는 달리 어두운 표정으로 김 전 법무팀장의 폭로 내용을 들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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