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시설물·도로 이름이 표시된 현재 도로표지판
건교부 개선안 마련…길찾기 혼선 우려
주요시설물 이름이 빠진 건교부 개선안
도로 안내 표지판에서 시청이나 경찰서 같은 주요 시설물 이름을 빼고 세종로나 일산로 같은 도로 이름만 넣는 방안이 추진된다. 표지판을 간소화해 도시 미관을 좋게 하고 길 찾기를 쉽게 하겠다는 게 취지인데, 운전자들에게 익숙한 시설물 이름이 빠지면 오히려 길 찾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건설교통부는 도시 지역의 도로 안내 표지판을 도로명 위주로 바꾸는 내용의 ‘도로 안내 표지 개선안’을 마련해 5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공청회를 연다고 4일 밝혔다. 개편안은 건교부의 용역을 받은 한국교통연구원이 만든 것이다. 건교부는 공청회 뒤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개선안을 확정하고, 2009년부터 새도시·혁신도시·경제자유구역 등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뒤 2012년부터 전면 도입할 방침이다.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옆 삼거리에 있는 표지판을 예로 들면, 지금의 표지판에는 23번 도로라는 표시와 함께 좌회전을 하면 성저공원·일산서구청, 직진하면 킨텍스IC·호수공원이 나온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표지판 위쪽에 좌회전하면 일산로라는 작은 표지판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 반면 개편안을 보면, 성저공원·일산서구청·킨텍스IC·호수공원 등 시설물 이름을 모두 없애고 23번 도로와 좌회전하면 일산로라는 표시만 남기게 돼 있다. 표지판의 크기도 지금보다 훨씬 작아진다. 건교부는 도로 안내 표지판 개편이 행정자치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도로명 주소 체계’와 연계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행자부는 2012년부터 기존의 ‘공덕동 165-25번지’를 ‘공덕동 만리재길 30(건물 고유번호)’ 식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명 표지판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그 지역의 지리를 어느 정도 아는 운전자에게만 편리하다”며 “앞으로 도로명 표지판과 지도를 이용하게 되면 길을 잘 모르는 운전자들도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주요 시설물의 이름을 기준으로 삼아 길을 찾는 현실에서 시설물 이름을 표지판에서 없애면 되레 길 찾기를 더 힘들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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