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씨 가족이 열기로 했던 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된 5일 취재진이 로스앤젤레스의 에리카 김 전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 취소 안내문을 읽고 있다. 이 사무실에는 한때 취재진이 몰리면서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소속 사복 경찰관들이 접근을 막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수사결과 뒤집을 만한 ‘자료’ 없거나
‘검찰, 송환 추진’ 보도에 충격받은듯
‘검찰, 송환 추진’ 보도에 충격받은듯
5일 오전 11시(현지시각) 미 로스엔젤레스 한인타운의 윌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던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해 의문이 일고 있다.
에리카 김은 이날 오전 10시께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을 통해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이 취소됐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외부 접촉을 모두 끊고 잠적했다. 윌셔가의 사무실에는 ‘이명박 후보 관련 기자회견을 취소합니다. 죄송합니다’는 안내문만 붙여놓고, 사무실을 찾은 기자들은 모두 보안요원들을 동원해 밖으로 내보냈다.
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에리카 김이 이날 아침 몇 가지 뉴스를 보더니 갑자기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했다”며 “이후 하루종일 울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도 “기자회견을 취소한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에리카 김과 이씨는 전날 자정까지 사무실에서 구속 중인 김경준씨와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을 확인하고, 이명박 후보 및 김백준씨와 관련해 비비케이투자자문에서 사용된 소소한 비용명세까지 챙기는 등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10시간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에리카 김은 이날 회견에서 김경준씨가 4차례에 걸쳐 어머니 김영애씨에게 전달한 4건의 영문메모를 공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경준씨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음성기록과 녹취록도 공개할 방침이었다.
에리카 김이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한 것은 이 자료들로 검찰의 수사 결과를 뒤집을 자신이 없었거나, 검찰이 자신에 대한 국내 송환을 추진한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리카 김도 현재 김경준씨와 마찬가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이다.
그러나, 김경준씨 가족이 아무런 태도를 밝히지 않을 경우 비비케이 이면계약서 문제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등 그간의 혐의에 대해 모두 자인하는 셈이어서 김경준씨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다른 형태로 견해를 밝힐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로스엔젤레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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