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보건범죄특별법 양벌규정, 책임주의에 반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를 고용한 사람까지 모두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지난 2004년 12월 서울 광진구에서 치기공소를 운영하던 강아무개씨는 부정의료행위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기소됐다. 기공소 직원 김아무개씨가 치과의사가 아니면서도 7명으로부터 320만원을 받고 불법 치과의료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보건범죄특별법 제6조는 종업원이 부정의료행위를 했을 때 고용주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강씨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이에 검사가 항소하자 서울서부지법은 직권으로 “해당 법규가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종대 재판관)는 “고용주가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가담했는지, 지도·감독을 소홀히 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자동적으로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주의에 반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양벌규정은 건축법, 관세법, 국민연금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도로교통법, 소방법 등에 규정돼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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