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는 11일 김용철(49) 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가 개설된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과 굿모닝신한증권 도곡동 지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차명계좌가 개설되는 과정에 이들 금융기관 내부의 조직적인 도움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김수남 특본 차장은 “우리은행 등에 대한 금감원의 현장검사 자료를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확보했다”며 “우리은행 등에서 누가 이 계좌를 관리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금감원 자료에는 계좌개설 및 조회정보 등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해야 할 내용들이 있어 형식상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며 “금감원 직원이 직접 자료를 가지고 와서 내용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김 변호사가 차명계좌를 공개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지난달 26일에서야 우리은행 등 현장조사에 착수해 ‘뒷북 조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또 서울 종로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압수한 삼성그룹 임원들의 차명으로 의심되는 100여 계좌를 추적하는 데 수사진을 추가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계좌추적 인원을 4명에서 10여명으로 늘렸다. 현재로서는 계좌추적이 승부처라고 판단해 수사진을 최대한 이에 투입하고 있다”며 “5년 이상 된 계좌의 금융자료는 대부분 폐기되거나 문서보관소로 넘겨져 이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차명계좌의 명의가 도용됐는지, 아니면 포괄적 동의가 있었는지를 밝히자면 계좌 주인 전체를 다 조사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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