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은 11일 회삿돈 120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로 김석원(62) 전 쌍용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9년부터 2004년 3월까지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쌍용양회 자금 1271억원을 빼돌려 위장계열사 4곳에 부당지원하고, 2003년부터 올해 초까지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로부터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2천만원씩 7억3천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김 전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나라종금과 한일생명을 위장 인수하려다가 2천억원대의 채무가 발생하자 우량 회사였던 쌍용양회를 통해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해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범행 대부분이 과거 쌍용그룹 회장 시절에 이뤄졌고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이 적어 불구속 기소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부인인 박문순(53) 성곡미술관장도 기업체에 조형물 납품을 중개해주며 미술관 돈 1억원을 빼돌리고 회삿돈 2억6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약식 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 전 회장 부부로부터 불구속 재판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은 재판 관련 상황을 알려줬다면서도 금품을 받은 사실은 부인하고 있지만, 김 전 회장 부부는 2005년 3~5월 사이 10만원짜리 헌수표로 3억원을 만들어 서류 봉투에 넣어 변 전 실장에게 전달한 정황 등을 자세히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도 사면 청탁과 함께 박 관장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변 전 실장과 공모해 개인 소유 사찰인 흥덕사에 특별교부세 10억원이 지원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로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을 불구속 기소하고, 건물 신축 공사 조형물 납품 과정에서 4억8천여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업무상 배임)로 문아무개 쌍용건설 상무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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