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 인터뷰
“세 국가기관 제 역할만 충실하면 해결 가능
‘곳간지기’ 수사로 끝나면 삼성에 되레 면죄부
사건 의미 읽을 수 잇는 사람이 특별검사 돼야”
“세 국가기관 제 역할만 충실하면 해결 가능
‘곳간지기’ 수사로 끝나면 삼성에 되레 면죄부
사건 의미 읽을 수 잇는 사람이 특별검사 돼야”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49) 변호사를 12일 저녁 서울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변호사는 후배 사무실 한 귀퉁이를 빌려 쓰고 있었다. 당분간은 필요 없을 ‘변호사 김용철’이 새겨진 이름패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요즘 나에게 변호를 맡기고 싶다는 전화도 온다니까요.”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한 기자회견을 한 지 45일. 김 변호사는 그 기간을 “기적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는 “우리 사회의 메인 스트림”을 마구잡이로 건드렸다. 〈월간조선〉 기사에 대해 소송을 내겠다고 했고, 중앙일보가 삼성 위장계열사라고 했다. 법조계의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 회계법인의 강자인 삼일을 삼성과의 뒷거래 상대로 지목했다. 이처럼 ‘전선’을 확대한 이유가 뭘까?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 움직임을 듣고 사제단 신부들이 곡기를 끊고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찬바람 농성에 들어가려 한 것이 이유였다고 그는 말했다. “추위에 신부님들이 무슨 고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왕 거론한 김에 이 시대 정의의 세력과 불의의 세력 간에 전쟁을 한판 치르자는 마음이 생겼죠.”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하자 신부들은 “하느님의 기적”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가 사제단을 찾아간 것도 신부들은 “하느님의 섭리”라고 했다. “함세웅 신부님이 ‘야, 삼성이 이리 심하냐’고 하시더라구요.”
김 변호사에겐 “지구 반대쪽 사람”이었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심상정 의원의 이름이 그의 휴대전화에 등록됐다. 이 사회의 주류였던 그의 입에서 나온 “운동권이 운동을 하면 할수록 힘이 나는 사람이라던데, 나도 운동권이 돼 버렸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그런 김 변호사 앞으로 얼마 전 시골 구멍가게 아줌마한테서 편지가 왔다. “구멍가게 망해도 좋으니 끝까지 싸워달라.” 진주 어디선가는 태양초 고추를 한 상자 보내왔다. 그거 먹고 매운 맛을 보여주라고. “어떤 신부님은 나보고 의인이라고 하더군요. 참 부끄럽죠. 난 의인, 선인이 아닙니다. 탐욕스럽기도 하고 기회주의자이기도 하고.”
그는 “잠재적 피의자”다. 변호사인 그의 곁엔 항상 변호인이 따라다닌다. “‘준 사람 받은 사람’ 다 안 했다고 하면 나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됩니다. 참 위험한 짓이죠. 하지만 그렇게 안 했으면 해결 못할 일입니다.”
그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 김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가 1만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농담이 아니에요. 2~3년이 지나도 계좌추적을 못 끝낼 정도의 엄청난 규모입니다.” 지금처럼 검찰과 특검이 계좌 하나하나마다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그는 단언한다. 삼성이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벌겋게 달아올랐다가 담금질할 틈도 없이 식어버리는 여론의 성급함을 걱정했다.
그는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유 권한을 발동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가기관이 제 역할만 충실히 해주면 그리 길지 않은 기간 안에 삼성 수사를 끝낼 수 있습니다.” 그가 내세운 근거는 이렇다. “세 기관은 영장 없이도 계좌추적을 할 수 있죠. 이건희 회장 일가는 훔친 회삿돈으로 명의신탁을 했는데, 이는 증여세 추징 대상이 됩니다. 막강한 조사력을 가진 국세청이 나설 수도 있고, 금감원은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차명계좌를 전부 찾아낼 수 있어요. 공정위 역시 불공정 행위나 지분 이동 신고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볼 수 있고.” 비자금에 대한 삼성의 대응 논리는 이번에도 ‘오래 전부터 조성된 이 회장 일가의 개인 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번에도 ‘곳간지기’ 몇 명이 자기가 한 것이라고 하고 넘어가면 그뿐입니다.”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삼성의 불법적인 경영승계를 인정해 주는 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로비 대상이었던 국세청, 금감위, 공정위가 제 목을 죄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러지 않고서는 해결 방법이 없어요.” 그는 최고 권력자인 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협의를 해 국가기능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면 삼성 수사는 해결된다고 했다. “나도 유권자인데, 당선이 유력한 이명박 후보를 만나 내 뜻을 전달하면 안 될까요.” 검찰에 삼성 수사는 끝나지 않는 ‘수건 돌리기’다. “지금도 검찰 상층부는 이 수사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할 거에요.” 김 변호사는 “역대로 정의로운 수사는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이나 조직을 떠나야 하는 불안감을 안겨줬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떨치고 대부분 열심히한다”며 검찰 수사진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검찰에선 ‘과연 누가 이학수를 소환할 수 있겠느냐’는 시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건희’다. “검찰이 고발장을 내야 수사할 수 있다고 하더니, 다시 ‘떡값 검사’ 명단을 내놓으라고 했어요. 명단 다 내놓으면 검찰 조직을 무너뜨리라는 말인가요? 난 부끄러운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사직할 줄 알았습니다. 검찰에는 아직 때묻지 않은 진짜 정의로운, 긍지와 보람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풍토가 돼야 합니다.” 수사는 곧 검찰 손을 떠난다. “그래서 특별검사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시대적 흐름과 이 사건의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죠.” 김 변호사가 전한 ‘회장님’에 얽힌 일화. 어느 재벌 회장이 삼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에 뛰어들며 이 회장을 찾아왔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무릎을 꿇으며 이 회장에게 ‘형님’이라고 했다. 삼성의 ‘영역’을 침범했으니 용서해 달라는 뜻이었다. 그는 조폭 세계가 생각났다고 했다. 수사가 끝난 뒤 삼성의 모습은 어떻게 돼야 할까. “이 회장 일가가 원하는 회사가 되면 안 된다”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삼성의 가장 큰 죄악은 전문경영인을 양성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이 회장 일가가 불세출의 경영자인가요? 이재용씨는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지 않나요?” 그는 “삼성 임직원들도 이 문제가 잘 해결돼서 회사가 강해질 것을 내심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곳간에 사는 쥐가 없어지면 당연히 잘될 것”이란다. “이 회장 일가가 빼돌린 돈은 주주에게 가야 하고, 세금으로 가야 하고, 회사로 다시 투자돼야 할 돈입니다. 수사가 제대로 돼야만 진짜 제대로 된 경영자들이 회사를 경영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김 변호사는 연일 계속되는 검찰 조사와 3시간이 넘는 인터뷰에 피곤해 보였지만 쉬 지치지 않았다. 그는 당뇨를 앓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모든 걸 털어냈더니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그는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유 권한을 발동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가기관이 제 역할만 충실히 해주면 그리 길지 않은 기간 안에 삼성 수사를 끝낼 수 있습니다.” 그가 내세운 근거는 이렇다. “세 기관은 영장 없이도 계좌추적을 할 수 있죠. 이건희 회장 일가는 훔친 회삿돈으로 명의신탁을 했는데, 이는 증여세 추징 대상이 됩니다. 막강한 조사력을 가진 국세청이 나설 수도 있고, 금감원은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차명계좌를 전부 찾아낼 수 있어요. 공정위 역시 불공정 행위나 지분 이동 신고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볼 수 있고.” 비자금에 대한 삼성의 대응 논리는 이번에도 ‘오래 전부터 조성된 이 회장 일가의 개인 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번에도 ‘곳간지기’ 몇 명이 자기가 한 것이라고 하고 넘어가면 그뿐입니다.”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삼성의 불법적인 경영승계를 인정해 주는 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로비 대상이었던 국세청, 금감위, 공정위가 제 목을 죄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러지 않고서는 해결 방법이 없어요.” 그는 최고 권력자인 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협의를 해 국가기능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면 삼성 수사는 해결된다고 했다. “나도 유권자인데, 당선이 유력한 이명박 후보를 만나 내 뜻을 전달하면 안 될까요.” 검찰에 삼성 수사는 끝나지 않는 ‘수건 돌리기’다. “지금도 검찰 상층부는 이 수사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할 거에요.” 김 변호사는 “역대로 정의로운 수사는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이나 조직을 떠나야 하는 불안감을 안겨줬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떨치고 대부분 열심히한다”며 검찰 수사진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검찰에선 ‘과연 누가 이학수를 소환할 수 있겠느냐’는 시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건희’다. “검찰이 고발장을 내야 수사할 수 있다고 하더니, 다시 ‘떡값 검사’ 명단을 내놓으라고 했어요. 명단 다 내놓으면 검찰 조직을 무너뜨리라는 말인가요? 난 부끄러운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사직할 줄 알았습니다. 검찰에는 아직 때묻지 않은 진짜 정의로운, 긍지와 보람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풍토가 돼야 합니다.” 수사는 곧 검찰 손을 떠난다. “그래서 특별검사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시대적 흐름과 이 사건의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죠.” 김 변호사가 전한 ‘회장님’에 얽힌 일화. 어느 재벌 회장이 삼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에 뛰어들며 이 회장을 찾아왔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무릎을 꿇으며 이 회장에게 ‘형님’이라고 했다. 삼성의 ‘영역’을 침범했으니 용서해 달라는 뜻이었다. 그는 조폭 세계가 생각났다고 했다. 수사가 끝난 뒤 삼성의 모습은 어떻게 돼야 할까. “이 회장 일가가 원하는 회사가 되면 안 된다”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삼성의 가장 큰 죄악은 전문경영인을 양성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이 회장 일가가 불세출의 경영자인가요? 이재용씨는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지 않나요?” 그는 “삼성 임직원들도 이 문제가 잘 해결돼서 회사가 강해질 것을 내심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곳간에 사는 쥐가 없어지면 당연히 잘될 것”이란다. “이 회장 일가가 빼돌린 돈은 주주에게 가야 하고, 세금으로 가야 하고, 회사로 다시 투자돼야 할 돈입니다. 수사가 제대로 돼야만 진짜 제대로 된 경영자들이 회사를 경영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김 변호사는 연일 계속되는 검찰 조사와 3시간이 넘는 인터뷰에 피곤해 보였지만 쉬 지치지 않았다. 그는 당뇨를 앓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모든 걸 털어냈더니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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