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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주 ‘최부잣집’ 사랑채 복원

등록 2005-04-12 17:38수정 2005-04-12 17:38



경주시, 올 사업비 5억 들여 우선 1채 짓기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지만 ‘최 부자’가 논을 사면 박수를 쳤다는 경주 교동의 ‘최부잣집’ 종택(중요민속자료 27호·사진)의 사랑채가 본모습대로 복원된다.

경주시는 올해 안에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970년 11월 화재로 소실된 최부잣집 사랑채를 복원키로 하고, 종택터를 소유하고 있는 영남대 쪽과 기부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이는 2007년까지 계속되는 교촌 한옥마을 조성계획의 첫번째 사업이다. 최부잣집 사랑채는 원래 두 채였으나 경주시는 올해 한 채를 복원하고 내년에 예산이 확보되면 추가로 복원할 예정이다.

1600년대 초반부터 광복 직후까지 영남 최고의 만석꾼이던 최씨 부잣집은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며, 재산도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고,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말며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가훈을 실천했다. 정당하게 부를 축적하고 그 부를 적절히 사회에 돌림으로써 지금까지 서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사랑채는 최부잣집의 이러한 ‘정재(淨財) 사상’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하룻밤에 100명 이상이 머물 수 있었으며, 나그네가 떠날 때 노자로 쓸 수 있을 만큼 쌀을 퍼가도록 뒤주가 별도로 설치돼 있었다.


이들은 ‘가진자’로서의 의무에도 충실했다. 최부잣집의 터를 일군 최진립은 임진왜란와 정유재란 때 의병으로 왜적과 싸웠으며, 병자호란 때 다시 청나라 군에 맞서 싸우다 숨졌다.

그의 아들 최동량은 개간과 신농법 도입 등으로 부를 크게 일으켰다. 이후 최부잣집은 부자로서의 절제와 베품을 300년 동안 실천했다. 1671년 삼남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는 최국선이 “모든 이가 굶어죽을 형편인데 나 혼자 재물을 갖고 있어 무엇하겠느냐”며 바깥마당에 큰 솥을 내걸고 곳간을 헐어 주린 이를 구제한 일화는 지금도 잘 알려져 있다. 최국선은 또 “돈을 갚을 사람이라면 담보가 없어도 갚을 것이며, 못 갚을 사람이라면 담보가 없어도 못 갚을 것”이라며 담보서약 문서를 모두 불태우기도 했다.

최근 연구 결과 최부잣집은 흉년 때마다 경상북도 인구의 10%에 이르는 사람에게 구휼을 베푼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혁명이나 다른 민란때 다른 부잣집과 달리 화를 당하지 않은 이유다.

최부잣집은 해방 직후 신라시대 최치원의 28세 손인 최준 선생에 이르러 국가의 앞날을 위해 만석꾼 지위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그는 광복 뒤 나라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모든 재산을 기증해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와 계림대를 세웠다. 최 선생은 일제 때 독립운동단체에 참가했으며, 상해임시정부에 독립군 자금을 보내다 일본 헌병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최씨 가문의 유적지 일대를 복원해 관광명소로 가꿀 예정”이라며 “문화재청에 화재 이전 실측 도면이 확보돼 있어 복원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대는 이병철 당시 삼성 회장에게 운영이 맡겨졌으나,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이 회장이 박정희 정권에 학교를 넘김으로써 최준 선생 뜻과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변했다. 경주/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사진 경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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