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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양심적 병역거부자’ 합격통지서 받고도 입사취소

등록 2007-12-18 08:05수정 2007-12-18 09:06

‘양심적 병역거부’ 취업차별
‘양심적 병역거부’ 취업차별
서울대 졸업 · 토익955점이지만 취업차별 여전
자영업 외엔 갈 곳이 없어…매년 800명씩 출소

내년 2월 서울 ㄱ대 무역학과를 졸업할 예정인 조아무개(25)씨는 지난달 ㅍ증권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가, 연수원 입소 직전에 입사 취소 통보를 받았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조씨가 징집 거부에 따른 전과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씨는 “회사 쪽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는 사규를 들어 입사를 취소했다”며 “사기나 여신금융업법 등 업무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무조건 입사를 거부하는 것은 차별 아니냐”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정부도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지만, 취업 현장에서 이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지난해 8월 서울대 천체물리학과를 졸업한 박아무개(26)씨는 토익 점수 955점에 일본어자격시험 1급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30여개 기업 입사시험에서 모두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영어전문 교육업체 ㅇ사 한 곳으로부터 간신히 합격 통지를 받은 박씨는 계약서를 쓰러 나간 자리에서 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는 “병역 사항을 묻길래 양심적 병역거부자임을 밝혔더니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차비 명목으로 10만원을 주더라”고 말했다.

남들 못지않은 능력을 갖추고도 취업에 실패한 조씨와 박씨는 좀더 실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행을 준비 중이다. 조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지만 결과가 번복되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금융권 대부분이 복역한 지 5년 이내인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 것 같아, (출소한 지 만 5년이 되는) 2009년 5월까지 외국에서 어학 공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취업 차별이 심각한 상태지만, 차별 실태에 대한 조사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들이 대부분 면접 과정에서 불합격시키기 때문에 정확한 사유를 알기 어려운데다, 구직자 상당수가 ‘알아서’ 눈을 낮춰 개인 사무실 등에 취업하거나 자영업 쪽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수형자 가족모임’ 홍영일 대표는 “지난해 초 양심적 병역거부자 1만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30∼40%가 취업 때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다”며 “자영업자 등을 빼면 취업 대상자 대부분이 차별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마다 800명 가량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과자’가 돼 출소하고 있다.

2004년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졸업한 뒤 지방에서 과외 교사로 일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아무개(31)씨는 “종교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큰 아픔이지만, 이들이 가진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인 것 같다”며 “이제 후배들에게라도 사회가 관용을 베풀어 그들의 능력만 보고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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