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홍)는 20일 김대중 정부 시절 불법감청을 지시·묵인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임동원(73)·신건(66)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각각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정원 8국으로부터 불법감청으로 수집된 통신 첩보보고서를 받았고 이 보고서가 불법감청의 결과물임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불법감청을 묵인한 게 아니며, 불법감청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쉽게 근절시킬 수 없었던 인간적인 고뇌도 인정된다”며 원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한편 재판부는 국정원장의 허락 없이는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이 법정에서 증언할 수 없도록 한 국정원 직원법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위헌제청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정원장이 비합리적 이유로 증언 허가를 거부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법을 개정할 때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