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 정아무개(58)씨가 진품이라고 판정해 준 모조품 금동좌상 불상. 서울중앙지검 제공
모조 금동불상 수억원대 둔갑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이 1천만원을 받고 몇십만원에 불과한 모조품 금동여인상을 수억원대 진품으로 둔갑시켜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김대호)는 21일 동료 감정위원 등으로부터 ‘금동여인상을 진품으로 감정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1천만원을 받고 가짜 금동불상 2점을 수억원대의 중국 명나라 시대 진품으로 감정해준 혐의(업무방해·배임수재)로 한국고미술협회 도자기·금속품 감정위원 정아무개(58)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가짜 금동불상 판매를 위탁받아 가지고 있던 고미술품 중개업자 신아무개씨(구속) 등으로부터 진품 감정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1억원을 받아 1천만원을 정씨에게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같은 협회 회원인 고미술품 브로커 이아무개(44)씨도 구속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정씨에게 진품 감정을 부탁한 같은 협회 감정위원 ㅈ씨의 구속영장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정씨가 2004년에는 이 금동여인상이 가짜라고 감정했으나 지난 7월 이씨 등의 부탁을 받고 진품으로 감정해줬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가짜 불상을 진품이라고 판정했던 자리에 정씨 외에도 3명의 감정위원들이 있었으며, 그들 중 일부는 2004년 감정 때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와 ㅈ씨가 신씨 등으로부터 받은 1억원 가운데 정씨에게 준 1천만원 외에는 돈의 사용처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점 등으로 미뤄 이들이 다른 감정위원들이나 협회 관계자들에게도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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