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키스스탄 비슈케크 인문대학에 개설된 세종학당에서 지난 17일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한국어 열풍 르포
국립국어원 세종학당
2011년까지 1백개 설립 “따라해 보세요. 개, 강아지….” 지난 17일 오전 중앙아시아 키르키스스탄의 비슈케크 인문대학 안에 있는 ‘세종학당’ 강의실. 러시아인, 키르키스인, 고려인 등 다양한 혈통의 수강생 10여명이 한국인 강사의 지도에 따라 한글을 배우고 있었다. 수업을 듣고 있던 누라임(21·키르키스 터키어대학)은 “텔레비전을 통해 드라마 <겨울연가>의 팬이 됐고 배용준과 최지우에 대한 관심으로 세종학당을 찾게 됐다”며 “키르기스어와 어순이 같은 한국어는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부드럽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옆자리의 다미락(18·이스립대학 경영학부)은 “전공을 살려 한국계 회사에 가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태왕사신기>, <로비스트> 등 드라마의 촬영지로 알려진 키르키스스탄에 최근 한국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기업인들의 현지 안내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보조바 심밧(27)은 “최근 한국과 경제 교류가 늘고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가 들어오면서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밧은 의과대학 학부와 인턴과정 8년을 마친 안과 의사다. 하지만 초봉 60달러의 의사 월급으로는 생활을 꾸려나가기도 벅차 키르키스스탄 한국교육원에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뒤 한국계 회사에 취업했다. 심밧은 “이곳에서도 라식이나 백내장 수술은 많이 한다”며 “한국에서 의학공부를 한 뒤 고국에 돌아와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키르키스스탄 정부가 내년 2800여명의 노동자를 한국에 파견하기로 한 것도 한국어 바람에 한몫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치르는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급증하는 한국어 학습 수요에 맞춰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은 이달부터 8백명 정원의 한글학교인 세종학당을 비슈케크 인문대학에 개설했다. 키르키스스탄에는 4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있고 8개 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있지만, 늘어나는 다른 전공 대학생과 직장인 등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선 전문적인 ‘한글학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은 강사 교육과 일부 재정·교재 지원을 맡고 운영은 비슈케크 인문대학 한국어학과가 맡는다. 하지만 한국어 교육에 꼭 필요한 우수한 교사와 교재의 확보가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세종학당 미나라(34·비슈케크 인문대학 부교수) 교수는 “교수 월급이 1백달러 정도인데, 한국 기업에서 통역을 하면 3∼4배 이상을 받을 수 있어 우수 인력이 학교 밖으로 빠져 나간다”며 “현지인 교수들에게 현지 실정에 맞는 교재 개발을 맡기는 등 프로젝트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은 “최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한국어 학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종학당을 2011년까지 1백여 곳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슈케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2011년까지 1백개 설립 “따라해 보세요. 개, 강아지….” 지난 17일 오전 중앙아시아 키르키스스탄의 비슈케크 인문대학 안에 있는 ‘세종학당’ 강의실. 러시아인, 키르키스인, 고려인 등 다양한 혈통의 수강생 10여명이 한국인 강사의 지도에 따라 한글을 배우고 있었다. 수업을 듣고 있던 누라임(21·키르키스 터키어대학)은 “텔레비전을 통해 드라마 <겨울연가>의 팬이 됐고 배용준과 최지우에 대한 관심으로 세종학당을 찾게 됐다”며 “키르기스어와 어순이 같은 한국어는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부드럽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옆자리의 다미락(18·이스립대학 경영학부)은 “전공을 살려 한국계 회사에 가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태왕사신기>, <로비스트> 등 드라마의 촬영지로 알려진 키르키스스탄에 최근 한국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기업인들의 현지 안내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보조바 심밧(27)은 “최근 한국과 경제 교류가 늘고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가 들어오면서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밧은 의과대학 학부와 인턴과정 8년을 마친 안과 의사다. 하지만 초봉 60달러의 의사 월급으로는 생활을 꾸려나가기도 벅차 키르키스스탄 한국교육원에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뒤 한국계 회사에 취업했다. 심밧은 “이곳에서도 라식이나 백내장 수술은 많이 한다”며 “한국에서 의학공부를 한 뒤 고국에 돌아와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키르키스스탄 정부가 내년 2800여명의 노동자를 한국에 파견하기로 한 것도 한국어 바람에 한몫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치르는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급증하는 한국어 학습 수요에 맞춰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은 이달부터 8백명 정원의 한글학교인 세종학당을 비슈케크 인문대학에 개설했다. 키르키스스탄에는 4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있고 8개 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있지만, 늘어나는 다른 전공 대학생과 직장인 등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선 전문적인 ‘한글학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은 강사 교육과 일부 재정·교재 지원을 맡고 운영은 비슈케크 인문대학 한국어학과가 맡는다. 하지만 한국어 교육에 꼭 필요한 우수한 교사와 교재의 확보가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세종학당 미나라(34·비슈케크 인문대학 부교수) 교수는 “교수 월급이 1백달러 정도인데, 한국 기업에서 통역을 하면 3∼4배 이상을 받을 수 있어 우수 인력이 학교 밖으로 빠져 나간다”며 “현지인 교수들에게 현지 실정에 맞는 교재 개발을 맡기는 등 프로젝트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은 “최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한국어 학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종학당을 2011년까지 1백여 곳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슈케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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