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택 재개발 추이
원주민과 동떨어진 개발 “공공부문 적극 개입해야”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재개발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개발 내용이 실제 재개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이 이런 괴리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1년 동안 9개 재개발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합원 재정착률이 45.8%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 조사엔 세입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현재의 재개발 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주민들이 재개발에 쫓겨 떠돌아다니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대다수의 재개발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는 합동개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주택 재개발 사업 423건 가운데 354건이 합동개발 방식이다.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해 시공사와 함께 재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인 합동개발은 더 큰 수익성을 내기 위해 ‘기존 주택의 전면 철거 뒤 고층아파트 건축’이라는 천편일률적 개발 방식을 택하게 된다. 성북구의 재개발 사업도 모두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소의 박은철 연구위원은 “영국에서는 지역 주민의 일자리나 경제적인 문제, 이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화할지 등을 고려해 재개발 계획을 짠다”며 “공공부문의 개입이 적은 우리나라는 낡은 주택만 다시 지으면 된다는 식으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소의 장영희 박사는 “공공부문이 철거민 주택 상담, 재개발 정보 전달 등을 맡는 등 재개발 사업을 전체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공공부문이 개발 사업의 속도와 이주대책 등을 관장하는 ‘순환식 재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순환식 재개발은 구역을 잘게 나눠 순차적으로 개발을 진행하면서, 그 동안 주민들을 임대아파트에 이주시켰다가 개발이 끝나면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방식이다.
세입자를 포함해 실제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재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도시연구소의 홍인옥 박사는 “재개발 사업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주민 의견이 개진되고 반영될 수 있게 법적으로 주민참여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준 명지대 교수는 “공공임대아파트 건축을 재개발조합의 자율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기반시설의 한 항목으로 추가해 공공적인 성격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남철관 사무국장은 “최근 세입자 대책으로 이주대책비와 임대아파트를 모두 제공하도록 법이 바뀌어 고무적”이라면서도 “정작 주민들이 이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실제로 입주할 수 있도록 임대아파트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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