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 오기성 방호장 퇴임
서울고검 오기성 방호장 퇴임…“신뢰받는 검찰 되길”
검찰청사의 ‘최고참’이 34년의 청사 생활을 접고 28일 정년퇴직했다.
서울고검 소속 오기성(61) 방호장은 검찰이 법원 셋방살이에서 독립한 1973년 12월 새로운 검찰청사의 수위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시험을 쳤다. 당시 서울 서소문 청사에서 방호원 생활을 시작한 오씨는 1995년 대검이 지금의 서초동 청사로 옮기기까지 22년을 서소문에서, 그 뒤 12년은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자리를 지켰다.
오씨가 대검에 근무하면서 바뀐 검찰총장만 15명. 13대 김치열 총장부터 27대 김기수 총장까지다. 서울고검으로 옮긴 뒤에도 오씨는 13명의 서울고검장을 모셨다. 27살, 막내 방호원으로 검찰청 근무를 시작한 오씨는 퇴직하는 지금 서울중앙지검·서울고검 그리고 대검까지 통틀어 근무 햇수로 ‘최고참’이다. 그럼에도 오씨는 매일 아침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이 출퇴근하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청사 현관에 나와 깍듯하게 경례하고 문을 열어준다. 후배들에게 맡길 법도 한데 오씨는 1998년 시작한 이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아왔다. “전부터 해왔던 것이고 내 일인데 …” 라며 멋적어했지만 오씨를 떠나보내는 후배 방호원들은 ‘본받고 싶은 선배’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퇴임식을 한 오씨는 “예전에는 사흘에 한번씩 24시간을 근무해도 피곤한 줄 몰랐다”며 “젊은 시절 다른 직장으로 옮겨볼까 몇차례 고민도 했지만 ‘천직’이려니 하며 34년 동안 검찰을 지키다 퇴임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사와 검찰 직원 모두 밤을 새우며 일하지만 밖에서는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이 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며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몸담은 검찰을 떠나는 소감을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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