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한국판 CSI’ 사례 모아
디지털 카메라는 ‘이름’을 남기고, 휴대전화는 ‘동영상’을, 양말은 ‘디엔에이’를 남긴다. 대검찰청은 3일 지난해 전국 검찰청과 지청에서 ‘꼼꼼한’ 과학수사로 범인과 진실을 밝혀낸 ‘한국판 시에스아이(CSI)’ 사례를 모아 발표했다.
신정아씨 사건처럼 전자메일 등 증거나 범죄자료를 삭제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복구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전국민의 필수품’ 휴대전화의 동영상과 문자메시지도 복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산동부지청은 대검 디지털포렌직(디지털 과학수사)팀의 도움을 받아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동영상을 복구했다. 안동건 검사는 “특정연도 이후로 생산된 모든 휴대전화는 삭제된 동영상과 문자메시지 복구가 가능하다”며 “동영상의 경우 덮어쓰기가 됐더라도 화질 등 처음 상태 그대로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부녀 ㅊ씨와 내연 관계에 있던 ㅇ씨. ㅊ씨가 남편과 이혼 뒤 자신과 헤어지려 하자 홧김에 ㅊ씨와의 성관계 사진을 전자메일로 ㅊ씨의 전 남편에게 보냈다. 2006년 전 남편은 이들을 간통죄로 고소했고, ㅊ씨 등은 간통죄의 공소시효가 3년인 점을 이용해 “성관계는 했지만 2003년에 찍은 사진이라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말을 맞췄다. 그러나 이미지파일에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검찰은 파일을 분석해 2004년과 2006년에 사진이 촬영된 점을 밝혀냈다. 경기고양지청 김훈 검사는 “이들은 파일에는 촬영날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설사 카메라 설정을 조작해 촬영 날짜를 수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카메라 모델넘버가 파일에 함께 저장되기 때문에 카메라가 생산된 시기를 따져 언제 사진이 촬영됐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7차례에 걸쳐 슈퍼마켓을 털고도 잡히지 않던 절도범을 담배꽁초와 양말에 남아 있던 디엔에이를 분석해 붙잡았다. 이승환 대검 유전자감식실장은 “침에 섞여 나온 구강세포와 땀이 나올 때 같이 떨어져 나오는 발의 상피세포로 유전자감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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