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에게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로 기소된 여아무개(36)씨가 ‘미란다 원칙을 고지 받지 못했기 때문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상고심에서, 여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행범과 마찬가지로 긴급체포를 할 때도 범죄사실과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등을 말해줘야 하지만, 피의자 본인을 확인한 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것이 인권보호 취지에 맞다”며 “신원확인을 하려는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의 미란다 원칙 고지가 늦었다면 이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밝혔다.
불법 성인피시방을 운영한 혐의로 수배를 받아온 여씨는 지난 2006년 12월 새벽 1시께 모텔에 투숙했다가 경찰이 들이닥치자 동생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했고, 이를 확인하려는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30분이 지나서야 여씨를 제압한 뒤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여씨는 1심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되자 항소했고, 항소심은 미란다 원칙을 늦게 알렸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가 아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인정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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