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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7년만에 만난 아들 일주일만에” 중 동포일가 7명 참변

등록 2008-01-08 20:08

경기 이천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시민회관에서 8일 오전 한 유족이 흐느끼고 있다. 이천/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경기 이천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시민회관에서 8일 오전 한 유족이 흐느끼고 있다. 이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오열하는 강순녀씨 가족들
“온가족 한국서 잘살아보려 했는데…”
남편·아들·사돈까지 하루아침에 잃어

경기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숨진 13명의 재중동포 가운데 7명이 일가친척으로 밝혀지는 등 이번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재중동포 대부분이 가족 또는 친척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8일 이천시민회관 1층 대강당의 유족대기실을 찾은 강석문(68)씨는 하루종일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가까운 사람 7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강씨의 여동생인 강태순(65)씨의 아들 조동명(44)씨와 며느리 박정애(44)씨, 또다른 여동생인 강순녀(57)씨의 남편 박영호(60)씨와 아들 박용식(31)씨가 냉동창고 안에 함께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또 박용식씨의 처남인 김군(26)씨와 고종사촌인 손동학(32)씨, 조동명씨의 사촌 매형 엄준영(52)씨도 함께 창고 안에 있었지만, 살아 나오지 못했다.

강씨는 “한국에 들어와 힘들게 사는 건 각오해야 할 일이지만, 이런 변을 당할 줄 알았으면 절대 오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식이에겐 이제 갓 돌이 지난 쌍둥이 아이들이 있는데, 지난주 토요일 부자가 함께 아들·손자 보고 싶다고 서울로 올라왔다가 월요일 아침에 새벽차를 타고 직장으로 돌아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을 줄이야 …”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또 김군씨는 2000년 먼저 한국에 온 아버지 김용진(57)씨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들어온 지 일주일 만에 화재 사고로 숨졌다. 김씨는 지난해 12월31일 한국에 왔으며, 입국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일부터 이천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장일을 시작했다.

김용진씨는 “7년 동안 못 보고 지냈던 아들인데, 한국에 온 지 고작 일주일 만에 이렇게 떠나보내게 되니 기가 막힌다”며 “들어오자마자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좋아하던 아들과 함께 작업복을 사러 다닌 게 바로 며칠 전인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목공일을 하는 그는 지난해 10월께 작업을 하다 작업장 4층에서 떨어져 갈비뼈 9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뒤 물리치료를 받아 왔으며, 지금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의 부인 장고분(53)씨는 “우리 군이는 떨어져 지냈던 7년 동안 한시도 거르지 않고 전화로 안부를 묻고 ‘어마이 보고 싶다’고 다정하게 말하던 착한 아들이었다”며 “온 가족이 한국에 모여 정말 잘살아 보려 했는데 이게 무슨 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목 놓아 울었다.

조동명씨 부부 외에도 함께 변을 당한 재중동포 부부는 두 쌍이나 더 있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임춘월(44)씨의 남편 이성복(44)씨는 사고 현장을 탈출하지 못했다. 이씨의 형인 이성화(50)씨는 “3년 정도 한국에 머물다 중국으로 돌아갔던 동생 부부가 다시 돈을 벌어 보겠다고 지난해 7월 재입국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변을 당해 억장이 무너진다”고 울먹였다.


숨진 것으로 보이는 재중동포 이명학씨와 정향란씨도 부부다. 이씨의 조카는 “중국에 20살 된 딸이 하나 있는데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다”며 “2005년 6월에 부부가 함께 재입국했는데 둘 다 몸이 안 좋아 약을 먹곤 했다”고 전했다. 유성엔지니어링에 인력을 공급한 회사인 ‘에이치아이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재중동포 분들이 가족들끼리 서로 연락을 해 함께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아, 한꺼번에 화를 당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천/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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