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추정과 달라…업체 핵심관련자 출금요청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박학근)는 9일 소방당국의 추정과 달리 화재가 기계실 쪽이 아닌 냉동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코리아2000’의 대표이사인 공아무개(47)씨 등 핵심 관련자들의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 결과와 생존한 인부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처음 불이 난 지점은 냉동창고 왼쪽 끝부분 냉동실로 보인다”며 “기계실에서는 발화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119에 화재 신고를 했던 채중한(47)씨도 <한겨레>와 만나 “기계실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서 보일러 배관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냉동방 천장 모서리 쪽에서 불꽃이 발생하고, 불길이 확 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상철 이천소방서장은 “당시 작업 상태나 사고 흔적 등을 볼 때 기계실 쪽에서 발화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화인 조사팀’, ‘신원 확인팀’, ‘공사 관계팀’ 등 세 팀을 구성해 화재 참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코리아2000의 공아무개 대표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고, 현장소장과 냉동팀장도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천시 전·현직 건축 관련 업무 담당자 두 명도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공사 인허가 내역, 소방방재 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발견된 주검 40구 가운데 9일 현재 16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24명에 대해서도 주검의 유전자 정보를 모두 채취하고, 유족들로부터 채취하는 유전자 정보와 대조 작업을 할 예정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서준석 부장은 “유가족들로부터 유전자 정보를 채취하는 것이 마무리돼, 직계가족의 유전자 정보와 대조하면 원칙적으로 72시간 안에 신원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계가족이 외국에 있는 재중동포들이나 가족이 나타나지 않은 희생자들은 신원 확인에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숨지거나 다친 외국인 가족에게 이를 증명하는 서류만으로도 90일 동안 국내에 머물수 있는 입국사증을 발급해 줄 계획이다. 또 치료·배상 문제로 국내 체류 기간이 장기화할 경우 체류 기간 연장·재입국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천/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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