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인혁당’ 희생 여정남씨 명예졸업장 주기로
경북대, ‘인혁당’ 희생 여정남씨 명예졸업장 주기로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고 여정남(사진)씨가 이르면 다음달 경북대 입학 44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인혁당 희생자를 위한 추모비 및 추모공원 설립도 추진된다.
경북대는 다음달 25일 졸업식이나 4월9일 인혁당 희생자 추모식에 맞춰 여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인혁당 사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뒤 여씨의 조카 여상화씨와 대구경북지역 사회단체들이 명예졸업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여씨는 1945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4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3번이나 제적과 복학을 되풀이했고, 경북대 4학년이던 74년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구속돼 이듬 해 4월9일 사형이 집행됐다. 법원은 지난해 1월 재심무죄판결에 이어 8월에는 숨진 8명의 희생자 유족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인혁당 관련자인 이현세(62)씨 등 경북대 출신 인사 35명은 지난 12일 ‘경북대 인혁당 열사 추모공원 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추모비와 추모공원 설립을 대학 쪽과 협의 중이다.
추진위 오택진 사무국장은 “사형집행일인 4월9일을 전후해 추모비를 먼저 세운 뒤 그 주변에 추모공원을 추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동문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을 300∼400명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한 경북대 학생처장은 “졸업장 수여 시기와 영구적인 추모비 설립 터 선정을 놓고 추진위 쪽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학생들은 91년 4월9일 교정에 고 여정남씨 등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웠으나, 경찰이 들어와 철거했고 학생들은 또 세우는 등 90년대 경북대에서는 ‘비석투쟁’이라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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