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호·감독의무 있다”
지난 2005년 7월 ㅅ학원에서 피아노와 주산을 배우던 이아무개군(당시 7살)은 피아노실에서 수업을 마치고 주산 강의실로 이동하는 짬을 이용해 학원 밖으로 나왔다가 지나가던 승합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군의 부모는 학원장 이아무개(47)씨와 운전자 김아무개(40)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운전자 김씨에게만 8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이씨에 대해서는 “숨진 이군이 학원을 이탈한 경위와 이를 막지 못한 보호·감독상의 과실이 학원장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역시 이군 부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1일 “사건 당시 불과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이군은 판단능력과 사리분별력이 크게 부족했다”며 “학원에 도착한 뒤, 다시 학원 차량으로 부모가 미리 정해준 장소까지 안전하게 귀가할 때까지는 모두 학원의 교습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보호·감독 의무는 쉬는 시간의 안전교육 조처 등도 포함한다”며 학원장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건 당시 이군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피아노를, 여기에 더해 1주일에 3일은 주산을 배웠다”며 “우리의 교육현실을 보면 학원이나 교습소에서 광범위한 사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공교육 못지 않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등과 마찬가지로 사교육을 맡는 학원 설립·운영자나 교습자에게도 수강생을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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