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축소·은폐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경찰 간부들이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24일 한화 쪽의 부탁을 받고 장희곤(45) 전 남대문경찰서장을 통해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중단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불구속 기소된 한화건설 고문 최기문(56)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최 전 청장의 청탁을 받고 남대문경찰서 경찰관들에게 사건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으로 구속 기소된 장 전 서장에게 징역 1년을,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불구속 기소된 강대원(57) 전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들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최 전 청장이 명시적으로 수사 중단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취지로 장 전 서장에게 부탁한 것으로 이해돼 수사를 방해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으며 광역수사대가 수사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남대문서로 사건의 이첩을 부탁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장 전 서장이 최 전 청장과 통화한 뒤 강 전 수사과장을 통해 현장 출동자를 철수 시킨 것이 인정되며, 장 전 서장과 강 전 수사과장이 첩보가 남대문서로 이첩된 2007년 3월28일부터 언론보도가 있었던 4월 중순까지 수사를 하지 않은 점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전 청장에 대해 “비리와 부조리를 앞장서서 척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화 쪽의 사건 은폐·축소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적극 가담해 엄중히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또 장 전 서장과 강 전 수사과장에 대해서는 “서울경찰청 간부들의 잘못도 큰데 기소도 되지 않아 두 피고인을 선처할 여지도 있지만, 경찰 조직의 존재 이유를 무색하게 하고 경찰 수사권이 돈이나 권력에 좌지우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 국민의 실망감이 극에 달했던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