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소송구조 덕분에” 교통사고 승소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데 더해 암에 걸려 투병 중인 70대 영세민 할머니가 15년 전 당한 사고 관련 소송에서 받은 보상액 일부를 법률구조공단에 기탁했다.
정연옥(70) 할머니는 1992년 경북 영주에서 미성년자가 운전하던 오토바이에 치어 다리를 크게 다쳤다. 정 할머니는 사고가 일어난 다음해 가해자 쪽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했으나 사고 후유증이 심해 장애를 얻게 됐고 치료에 신경을 쓰느라 정식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 가해자 쪽은 사고가 일어난 뒤 10년이 지나도록 정 할머니 쪽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자 2005년 법원에 가압류 취소 신청을 냈다. 뒤늦게 가압류가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된 정 할머니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2년동안의 재판 끝에 승소했다. 지난 9일 6천여만원을 지급받은 정 할머니는 최근 아들을 통해 “나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공단에 300만원을 기탁했다. 정 할머니는 장애 영세민으로 8개월 전에는 직장암까지 얻어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정 할머니가 공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과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로 소송구조를 해 주도록 조성된 ‘영세민 무료법률 적립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세민 무료구조사업’은 공단이 신한은행으로부터 매해 기금을 출연받아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영세민에게 무료로 법률상담 등을 지원해온 것으로 1997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11만여명이 승소금 등으로 2조 3천억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공단 쪽은 최근 개정 공탁법이 시행되면서 무료법률구조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추봉기 법률구조공단 홍보과장은 “신한은행도 공탁금 운용수입을 개정된 법에 따라 공탁금관리위원회에 출연하게 돼 지난해 공단에 지급됐어야할 50억원도 아직 지원되지 않았다”며 “위원회가 공단에 얼마를 지원할지 정해지지 않아 이대로 나가면 국민의 24.8%에 해당하는 소외계층의 법률서비스가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소외계층이 공단 도움을 얻어 재판을 받는 사건의 75.7%가 3천만원 이하의 소액청구 사건이라는 점에서 무료법률구조가 이뤄지지 못하면 대부분 영세민들이 변호사 수임료를 감당 못하고 소송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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