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 ‘정책 혼란’]
개정안 국회 의결 앞둬…경찰·민변·인권단체 “권력과잉 반대”
개정안 국회 의결 앞둬…경찰·민변·인권단체 “권력과잉 반대”
정부가 정보통신부에 사이버 범죄 전반에 대한 수사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정통부 4~9급 공무원들에게도 정보통신망 침해사고 단속·수사권을 주는 내용을 담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미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등 제한적인 분야에서 수사권을 지닌 정통부가 개인정보 유출과 스팸메일 발송 등 다른 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국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정통부는 정책수립과 예산권 등 본연의 권한에다 인터넷상 음란·명예훼손 관련 정보 삭제·폐쇄 명령권, 무선설비·전기통신 기자재·감청설비 단속권,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단속권까지 이미 확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정통부에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등에 대한 수사권을 줄 때도 말이 많았고, 강압적 수사 진행 등 논란도 많았다”며 “일반 행정부처가 경찰권을 가지면 정치적·정책적 목적으로 수사권을 남용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에도 같은 시도가 있었으나 각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당시 “정통부가 사법경찰권까지 가지겠다는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도 효율성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정보 관련 범죄는 대부분 사기 등 다른 형사범죄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별도로 분리해 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피의자들은 정통부 수사에 이어 검·경의 수사를 이중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각 부처 공무원들인 특별사법경찰관들은 경찰 등 수사기관에 견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외부 감시와 통제에서도 벗어나 있다”며 “정부가 왜 임기 말에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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