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회계장부·보험금 지급 자료 등 압수수색전 파쇄·수정 확인
또다른 미술품 창고 의혹 제기…삼성물산 부사장 조사
고객에게 돌려줄 보험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화재가 지난 25일 삼성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에 앞서 회계장부와 보험금 지급 관련 자료 등을 대대적으로 없앤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7일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관 등에서 압수해 온 107상자 분량의 회계장부와 보험금 입출금 내역, 전산자료 등을 분석했다. 특검팀은 이날 정기철(54) 삼성물산 부사장을 불러 차명계좌 개설 경위 등을 조사했다.
삼성화재 전직 직원의 제보를 근거로 삼성화재 본관 압수수색을 벌였던 특검팀은 문서파쇄기 안에서 대량의 문서가 급하게 파기된 흔적과 함께 상당수의 전산자료가 압수수색 전날 수정 입력되거나 개인용 컴퓨터가 교체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쪽의 증거인멸로 중요 증거물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특검팀은 지난 26일 경기 용인에 있는 삼성화재 문서보관창고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서울 수유동 삼성화재 전산센터 등에서 확보한 전산자료 가운데 제보자가 비자금 조성 업무를 맡았다고 밝힌 1999~2002년 사이의 자료를 복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보자는 “비자금 계좌를 알아볼 수 있도록 특정 암호를 표시해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5일 압수수색에서 삼성화재 경리파트장을 맡고 있는 김아무개 부장을 현장에서 긴급체포해 미지급 보험금 처리 경위 등을 조사한 뒤, 26일에도 자진출석 형태로 불러 다시 조사했다. 특검팀은 계좌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삼성화재 임원 1명 등 임직원 3명을 출국금지 조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검팀은 26일 원종운(54) 제일모직 전무와 박기성(53) 삼성물산 전무 등 임원 3명을 불러 차명계좌 보유 경위 등을 조사했다. 이날 조사를 받은 정기철 부사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재무관리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
한편, <한국방송>은 지난 21일 특검팀이 압수수색한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삼성화재 교통박물관 안에 특검팀이 확인하지 못한 비밀 미술품 창고가 더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곳을 몇십차례 드나들었다는 미술계 관계자는 이 방송에 “조소나 설치 작품이 주로 보관돼 있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고 백남준씨와 행위예술가 요제프 보이스의 작품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