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진작가 이시우(왼쪽)씨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환한 얼굴로 아들, 부인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법원 청사를 나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법원 “비무장지대 사진 인터넷 게재, 국가기밀 누설 아니다”
검찰에선 징역10년 구형…‘무리한 수사’ 지적
검찰에선 징역10년 구형…‘무리한 수사’ 지적
군사기지와 비무장 지대 등을 찍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진작가 이시우(40)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한양석)는 31일 주한미군 기지와 군사훈련장, 민통선 지역 등을 촬영하거나 그려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민통선 평화기행’ 저자 이시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촬영한 사진 등은 대부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지 않은 장소에서 촬영한 것이어서 기밀로 인정할 수 없고, 그 내용도 기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홈페이지에 올린 정보는 대부분 미국 민간 군사전문 사이트에서 내려받았거나 신문, 인터넷 등에 공개된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며 “이씨가 수집한 정보 중 일부는 국가기밀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씨는 대인 지뢰매설 실태조사 등 평화운동을 위해 정보를 수집한 것이고 북한을 지원할 목적은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미군기지나 서해교전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연을 해 북한 등 반국가단체를 찬양한 혐의와 일본에서 사진전 준비과정 등에서 조총련 쪽 인사와 만나는 등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통신·회합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적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소지하고 있던 일부 논문과 북한 원전을 이적표현물로 판단하면서도 “연구나 저술 활동에 활용하는 등 이적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소지하는 점이 밝혀져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 증거물 몰수의 중형을 구형한 바 있다.
‘무죄’가 선고되자 이씨와 그의 가족, 동료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현재 70여일째 ‘국가보안법에 대한 명상’이라는 주제로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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