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규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4일 오전 한복 차림에 산업훈장을 단 채 서울 한남동 삼성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삼성 전 대표 소환
이건희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4일 삼성의 불법·편법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네 가지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이(e)삼성 주식 매입사건과 관련된 삼성 임원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된 뒤로 경영권 관련 소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특검팀은 2000년 이삼성 설립 당시 대표였던 신응환(50) 삼성카드 전무를 불러, 2001년 제일기획과 삼성에스디아이 등 삼성 계열사 9곳에서 이재용씨가 투자한 이삼성(240만주), 이삼성인터내셔널(480만주), 가치네트(240만주), 시큐아이닷컴(50만주) 등의 투자 실패를 보전하기 위해 이재용씨 보유 주식 전량을 매입해 준 경위를 조사했다. 신 전무는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를 총괄한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이사(1999년)와 상무이사(2002년)를 지냈다.
이재용씨는 2000년 인터넷 벤처기업 붐을 타고 이삼성 등에 투자했지만 1년도 못 돼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자 관련 주식 모두를 511억원에 삼성 계열사들에 팔아넘겼다. 참여연대는 2005년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재용씨가 주도한 인터넷 사업의 부실을 계열사와 계열사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긴 것”이라며 이재용씨와 주식을 사준 계열사 임원 등을 배임죄로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2001년에도 삼성이 이삼성 설립준비팀을 삼성 계열사 건물에 무료로 입주시키고 직원들을 파견하는 등 부당지원을 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특검팀은 또 이해규(68)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을 불러 차명의심 계좌 보유 경위를 조사했다. 에버랜드 이사(93~99년)를 지낸 이 전 부회장은 96년 12월 불법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에도 관여했으며, 이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등과 함께 검찰에 고발돼 있다.
한편, 이날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삼성화재 본사 등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승언(51) 삼성화재 전무와 김아무개 부장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들의 형사처벌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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