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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관예우 때문에 재판서 패해” 전 대법관·변호사 상대 손배소

등록 2008-02-10 21:11

‘개시결정 없는 경매는 무효’ 항소심 이긴 건물주
“11개월 이의제기 없었으니 유효” 대법서 뒤집혀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주심 대법관과 사건을 수임했던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전관예우에 의한 재판으로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1996년 충남 당진군 797㎡ 땅에 지상 10층, 지하 2층 규모의 건물을 짓기 시작한 구자영(67)씨 등 네 명은 공사비가 부족하자 ㅇ신용금고로부터 돈을 대출받으면서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했다. 이후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구씨 등이 대출금을 제때에 갚지 않자 2000년 4월 일괄경매를 통해 공사 중인 건물을 포함한 토지 소유권을 13억원에 한아무개씨에게 넘겼다.

그러나 당시 민사소송법엔 미완공 상태인 건물에 대해 경매를 집행할 수 있는 조항이 없었다. 경매가 진행될 당시 건물은 전체 기둥과 지붕 및 벽체의 골조공사가 완성 단계에 있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구씨 등은 “건물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고,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건물이 독립된 부동산인데도 별도의 경매개시 결정 없이 경매가 진행되었으므로 무효”라며 원심을 깨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한씨의 상고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당시 주심을 맡은 강아무개 전 대법관도 “경매개시 결정이 없는 경매는 무효”라는 원심 판단을 인정했다. 하지만 강 전 대법관은 “경매 이후 11개월 동안 구씨 등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경매 절차에 대한 신뢰를 부여한 것인데, 그 뒤 경매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파기환송했다.

이에 구씨는 강 전 대법관과 피고 쪽 변호를 맡은 대법관 출신 박아무개, 송아무개 변호사 등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구씨는 소장에서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국가행위는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법률에 규정돼 있는 신의칙을 적용해 배척하는 수법을 썼다”며 “전관예우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강 전 대법관의 고교·대학 선배이자, 3년여 동안 대법관으로 함께 근무했다. 구씨는 “피고 쪽 변호인들이 2004년 9월 선고를 앞두고 상고심 주심인 강 전 대법관을 겨냥해 대법관에서 퇴직한 송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해 승소했다”며 “전관예우 차원에서 법질서를 파괴하는 불법 재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11년도 아닌 11개월이 ‘장기간’이라며 ‘신의칙을 위반했다’고 하는 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전관예우가 있었는지 밝히기는 힘들다 해도,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구씨 입장에서 충분히 억울해할 만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 전 대법관은 “(내가 내린) 판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내가 당사자들로부터 협박에 시달렸으며, 명예훼손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할 게 없다”며 답하지 않았다. 이 소송은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재판장 황현주) 심리로 변론 준비 기일이 진행됐고, 오는 3월12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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