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기간제 도입전 임용됐더라도 ‘구제’ 대상
대법 “공정한 심사도 안거쳐”
대법 “공정한 심사도 안거쳐”
1970년 경희대 농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박아무개씨는 원예학 강의 등을 담당하는 한편, 대학원생과 부전공자들을 위한 수업을 맡았다. 결강 한번 없이 수업을 진행했고, 수강생이 많아지자 반을 나눠 수준별 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교육에 열정적이었던 박씨는 곧 부교수로 승진했다.
하지만 75년 심사기준 등에 못미칠 경우 재임용을 안할 수 있는 ‘대학교원 기간임용제’가 도입되자, 이듬해 2월 학교 쪽은 박씨에게 일방적으로 재임용 탈락을 통보했다. 교수 재직 6년 동안 대학 인사관리지침에 따른 박씨의 연구업적 평가는 420%(저서 170%, 논문 250%)였다. 학교 쪽은 재임용 탈락에 대해 “연구실적 등은 상관 없다. 다른 이유지만 밝힐 수 없다”거나 “불협화한 사람이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박씨는 스스로 사임원을 제출하는 형식으로 교수직에서 ‘의원면직’ 처리됐다.
미국으로 간 박씨는 재임용 탈락 29년 뒤인 2005년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자, 교육부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 재임용 재심사를 청구했다. 특위는 “박씨가 자발적으로 사임한 것이 아니라 대학이 재임용 탈락대상으로 지정하고 사임원 작성을 요구한 것”이라며 재임용 탈락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학 쪽은 “박씨가 기간임용제 도입 이전에 임용됐기 때문에 특별법에 따른 청구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가 기간임용제 도입 전에 임용됐더라도, 이 제도에 따라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됐기 때문에 청구자격이 있다. 박씨의 사임원 역시 작성 날짜가 학교 쪽에 의해 변경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특위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도 “박씨의 재임용 탈락은 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며 재임용 탈락 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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