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주민 55%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름유출과 부실방제로 인한 태안주민 신체건강 및 정신적 피해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정부가 먼저 나서서 주민들의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방제 참가자들 4배 높아

기름 유출사고로 충남 태안 주민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등 정신건강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연합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달 16~17일 태안 주민들을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척도 인터뷰’를 한 결과, 응답자 310명 가운데 55%인 170명이 분노, 회피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직접 방제작업에 참여한 주민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 비율이 방제작업을 하지 않은 쪽보다 4배 가량 높았다.

태안 주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또 ‘정신심리설문’에 응한 주민 318명 가운데 131명(41.5%·복수응답)이 ‘우울’ 증상을 겪었고, ‘강박 장애’를 겪은 주민이 34.6%에 이르렀다. 다른 신체 이상이 없는데도 정신적 요인으로 두통 등을 앓는 ‘신체화 장애’도 26.8%가 경험했다.

이밖에 ‘최근 1주일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308명 가운데 63명(20.5%)이 ‘그렇다’라고 답했으며, 이들 가운데 88.9%는 ‘기름 유출사고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꼽았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우울 증세를 넘어 정신 분열이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주민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돼, 예상보다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생명인권운동본부 조용범 대표도 “자동차 사고자의 12%, 성폭행 피해자의 8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데, 태안 주민들의 약 60%가 이를 겪고 있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2차적 외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등은 “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해 정신적 피해의 증거자료 수집과 배상 청구 업무를 진행하는 정부 차원의 지휘본부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 주관으로 태안 모항, 의항 등에서 직접 방제작업에 나선 주민 260명과 그렇지 않은 주민 65명 등 모두 3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노현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