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여대 간호학과 2학년 딸을 둔 승선화(50)씨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노동당 ‘150만원 등록금 실현본부’와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가 함께 연 고액등록금 피해 사례 증언 대회를 지켜보다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닦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대학납입금 5년간 32%↑…물가상승률 갑절
정부, 사교육비만 점검…등록금 대책 전혀 없어
정부, 사교육비만 점검…등록금 대책 전혀 없어
정부가 물가 대책으로 사교육비 관리에 나서고 공공요금도 동결하기로 했지만, 사교육비보다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준공공요금의 성격까지 띤 대학 납입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5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통계를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대학·대학원 납입금을 포함하는 ‘고등교육비’는 1년 전보다 7.5% 올랐다. 특히 국공립대학·대학원 납입금은 각각 8.4%, 8.8% 오르며 고등교육비 인상을 주도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두 배를 넘고, 미술·피아노·보습학원비 등으로 이뤄진 ‘유치원·초등교육비’(4.3%)와 대입·고입학원비 등이 포함된 ‘중등교육비’(5.2%) 등 사교육비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3월 통계치에 반영되는 올해 1학기 납입금 인상률이 사립대는 최고 9%, 국공립대는 최고 14%임을 고려하면 실제 상승률은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2003년 이후 지난달까지 5년간의 상승률을 견줘봐도, 소비자물가가 14.1% 오르는 동안 유치원·초등교육비와 중등교육비는 각각 22.7%, 23.1% 올랐지만 고등교육비는 무려 31.8%나 올라, 과도한 대학 납입금 인상이 물가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올해 1학기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 의대의 납입금이 적게는 500만원대에서 많게는 600만원을 훌쩍 넘고, 상대적으로 납입금이 싼 인문사회 계열도 350만원 안팎이다. 한 집의 월평균 소득(지난해 전국가구 기준 322만4843원) 두 달치를 꼬박 가져다줘도, 인문사회 계열 사립대생의 1년 학비를 다 댈 수 없는 셈이다. 더구나 지난해 대학 진학률이 일반계 고교 87.1%, 전문계는 71.5%인 터라, 자녀를 둔 대부분의 가계는 대학 등록금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국의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모두 272만6899명(2006년 재학생 기준)에 이른다.
이처럼 대학 등록금의 과도한 인상이 물가와 서민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지만, 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표하는 물가 대책에는 대학 등록금 인상 억제 방안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지방 공공요금은 지자체에 포상금까지 내걸고 동결을 유도하면서도, 준공공요금의 성격을 띤 국공립대 등록금 동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정부는 교육비 인상을 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고서도, 학원수강료 등 사교육비에 대한 지도·점검만 강조할 뿐이다.
고려대생 김아무개(23)씨는 “등록금이 너무나 올라 학교 다니기가 정말 힘들다”며 “등록금 부담을 덜어줄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엄청난 이익금을 남기면서도 매년 등록금을 엄청나게 올리는 대학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조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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