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서 “실종자와 결혼 전제 만남” …경찰, 출국금지·행적추적
어머니와 세 딸 등 일가족 4명이 실종된 뒤 20여일째 연락이 끊겨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실종된 김아무개(46·여·마포구 창전동)씨와 가까운 사이인 유명 프로야구 선수 출신 이아무개(41)씨를 핵심 용의자로 보고 행적을 추적 중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9일 “지난달 18일 세 딸과 함께 실종된 김씨의 아파트에서 소량의 혈흔이 발견되고, 아파트 지하주차장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서 실종 당일 저녁 10시30분께 이씨가 다섯 차례에 걸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여행용 가방 3개 등 가방 6개를 옮기는 장면이 확인됐다”며 “이씨를 지난 7일 출국 금지하고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 집 침대와 방바닥, 세면대 등에서 발견된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했다.
경찰은 김씨의 승용차가 지난달 19일 오후 광주에서 서울 방향으로 전남 장성요금소를 지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이씨의 연고지인 광주 등에 수사진을 보내 이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또 실종된 딸 가운데 정아무개(20)씨의 휴대전화가 실종 다음날 새벽 5시께 전남 화순군 장정리 야산 근처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전남 화순경찰서와 공조해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나머지 실종자의 휴대전화는 지난달 18일 이후 꺼져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씨는 실종 당일 저녁 집에 있지 않고 밤 12시께까지 외출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에는 한 남성이 김씨 아파트 주차장에 김씨의 승용차를 두고 달아나는 장면이 폐쇄회로텔레비전에 찍혔으나, 경찰은 겉모습이 이씨와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공범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이문수 마포경찰서 형사과장은 “‘실종된 김씨가 지난해 남편과 사별한 뒤 이씨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었다’는 진술이 확보됐다”며 “김씨가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 ㄱ식당의 직원들도 ‘김씨가 며칠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는데, 이씨와 함께 가는 눈치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실종 직전인 지난 2월 중순 김씨의 계좌에서 1억7천여만원이 인출됐다”며 “인출 경위와 인출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프로야구 선수에서 은퇴하고 결혼식장, 스크린 경마장 등 사업을 벌이다 부도를 낸 뒤 사기 혐의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으며, 지금도 사기 등 혐의로 수배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의 오빠는 동생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점을 이상히 여겨 지난달 26일 동생의 아파트를 방문했으나 아무도 없자, 지난 3일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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