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8년 동안 전국 각 지역의 국회의원 사무실 직원을 사칭해 농촌 노인들에게 마취제 성분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뒤 1억원대의 금품을 턴 혐의(강도 등)로 장아무개(63)씨를 구속했다.
장씨는 지난달 10일 안동시 서후면 김아무개(77·여)씨 집을 찾아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 직원인데 지난 선거 때 도와줘 인사차 왔다”며 국회의원의 인사장과 비누 선물세트, 마취제 성분이 든 음료를 건넨 뒤 김씨가 이를 마시고 의식을 잃자 금반지 등 1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는 경북, 전남, 강원, 충남·북 등 전국 곳곳을 돌며 비슷한 수법으로 2000년 8월부터 29차례에 걸쳐 모두 1억3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범행을 위해 ㄱ, ㅈ의원 등 전국 20여명의 국회의원 이름을 새긴 고무도장을 파고 노인들의 의심을 피하려고 음료수 마개를 열지 않고 마취약을 넣는 방법까지 개발했다. 또 전국 우시장을 돌며 소를 판 농민에 대한 정보를 빼낸 뒤 밤에 집으로 찾아가 국회의원 사무실 직원을 사칭하고, “음료수 병은 다녀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수거해 가야 한다”며 즉석에서 마취제가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비슷한 수법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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