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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결혼 한달도 안됐지만…돌아가고 싶다”

등록 2008-03-13 21:07수정 2008-03-14 14:24

지난달 6일 숨진 베트남 신부 쩐타인란(22)가 쓴 일기들. 경산/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지난달 6일 숨진 베트남 신부 쩐타인란(22)가 쓴 일기들. 경산/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숨진 베트남신부 일기 공개
“하루라도 빨리 엄마와 가족, 친구들이 있는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다. 엄마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돼 돌아온 나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 그건 상관없다. 다만 엄마가 슬퍼할 것이, 더 아플 것이 두렵다.”(1월18일)

지난달 6일 숨진 베트남 신부 쩐타인란(22)의 일기가 13일 공개됐다.

지난달 6일 숨진 베트남 신부 쩐타인란(22)의 어머니 후인킴아인이 13일 딸의 일기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있다. 경산/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지난달 6일 숨진 베트남 신부 쩐타인란(22)의 어머니 후인킴아인이 13일 딸의 일기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있다. 경산/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한국에 온 지 일주일째인 1월17일부터 숨지기 일주일 전인 1월29일까지 베트남 공책을 찢은 종이 8장 앞뒷면에 서툰 문장으로 빽빽하게 기록한 일기에는 한국 도착 직후 시어머니와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말이 통하지 않아 참담했던 한국 생활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일기는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란의 옆에 떨어진 손가방 안에 있었다. 당시 경찰’은 이혼과 귀국으로 절망에 빠진 란이 투신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란은 23일 일기에서 “나는 그냥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있을 뿐이다. 매일 나는 그냥 방에 조용히 누워 베트남에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남편 식구와의 갈등에 대해 기록했다. 란은 이밖에도 숟가락으로 반찬통을 치며 야단을 맞은 정황 등 의사소통이 안 돼 남편 쪽 식구들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느낀 부분들을 상세히 썼다.

같은날 그는 “내가 그들에게 베트남에 와 달라고 한 게 아니다. 자기들이 필요해 베트남으로 와서 결혼하자고 한 게 아닌가. 그들은 결혼하고 싶으면 결혼하고…. 우리는 누구나 똑같은 인간이다. 단지 나라만 다를 뿐이다”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24일은 란의 남편이 입국 당시 사준 겨울옷 두 벌과 결혼사진을 버린 날이다. 란은 이날 “나는 베트남에 돌아갈 때 아무것도 안 가져간다. 내 가족은 가난하지만 모든 게 다 있다. 이혼하고 돌아가면 그만인데 그들이 왜 그럴까. 빨리 돌아가고 싶다. 매일 무슨 일이 생길지 무섭다”고 썼다.

하지만 란이 죽음에 이른 6일까지 마지막 일주일치의 일기는 쓰여지지 않았다. 사건이 난 지 한 달, 란의 어머니 후인킴아인(48)이 입국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아직 사건의 정황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경산/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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