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박재중 전 구조본 상무에 책임 떠넘겨
‘모른다. 아니다. 죽은 사람이 안다.’
삼성 특검팀은 이(e)삼성 사건 관련 피고발인 28명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11명을 조사했다. 이들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서로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내놓으며 곳곳에서 ‘오리발’을 쏟아냈다.
이재용 전무는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던 회사의 “설립이나 운영은 물론 처분에 관해서조차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조준웅 특검은 “쉽게 말해 이재용 전무는 나중에 결과만 알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주식매매에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개입한 사실을 △이학수 구조본부장·김인주 재무팀장이 주주로 참여한 점 △이재용 전무의 주식을 구조본에서 관리한 점 등 모두 11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조준웅 특검은 “하지만 구조본 쪽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용 전무도 모른다, 구조본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삼성 쪽은 또다시 이미 숨진 박재중 전 구조본 상무를 끌어들였다. “이재용 전무가 회사를 설립한 자금은 박 전 상무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박 전 상무는 삼성 사건의 ‘블랙홀’이다. 모든 불리한 것은 죽은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재용 전무가 이삼성 관련 주식을 팔게 된 ‘동기’에 대해서도 “참여연대 등 고발인 등이 계속해서 이재용 전무의 지분 소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거나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이재용 전무로 하여금 더 이상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에 주식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특검 쪽은 이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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