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전국 곳곳에서 ‘돈선거’ 현장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강원도 정선군, 경북 영양군, 경남 거제에서 적발된 돈봉투들이다. 연합뉴스
조합장 선거 등 돈봉투 잦은 경험
꼬리자르기에 선거법 무방비
옛인습 젖은 노인 많은 탓도 “청도 사건으로 이제 돈 선거는 숙질 줄 알았는데 ….” 지난해 12월19일 청도 재선거 부정사건 수사를 진두 지휘해 최근 주민 1500여명을 형사처벌했던 김수희 경북 고령경찰서장(당시 경북경찰청 수사과장)은 4·9 총선을 앞두고 다시 잇따르는 ‘돈 선거’ 보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정당 공천을 앞두고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뿌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의 통합민주당 민화식 후보의 부인과 측근을 광주지검 해남지청에 고발하고 민 후보에 대해 수사의뢰했다. 민 후보의 부인 등은 1월19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진도·완도지역의 읍·면 조직책 10여명에게 “지지기반을 넓혀 달라”며 1인당 120만∼400만원을 건네는 등 모두 3천여만원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 영양경찰서도 이날 불법 선거자금으로 추정되는 591만원의 돈뭉치를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한 무소속 후보의 선거운동원 두 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거제와 경주, 강원도 정선에서도 이번 총선과 관련해 돈을 주고받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김 서장 등 경북경찰청의 선거사범을 수사했던 간부들은 농촌지역에서 돈 선거가 계속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기초·광역의원이나 단체장 선거뿐 아니라, 축협, 농협 등 조합장과 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등 수많은 선거를 통해 사조직을 이용한 돈 선거 경험이 훈련되고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런 사조직들이 선거철이 되면 후보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거꾸로 후보한테서 금품선거를 요구받게 되고, 여기에 전문 선거꾼이 끼어드는 경우도 있다. 김 서장은 “각종 선거에서 시골 민심이 학연·지연·혈연(문중) 등으로 엮여 파벌화되면서 이들이 돈을 받지 않으면 다른 쪽을 찍는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둘째로는 꼬리 자르기가 가능한 선거법의 허점이다. 김 서장은 “현행 공직선거법은 잡힌 사람이 혼자 뒤집어쓰면 후보자가 직접 개입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후보자는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며 선거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배우자나 선거 사무장, 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되지만, 후보들이 주로 활용하는 사조직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법규는 미비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노인 인구가 많은 농촌이 돈 선거 문화에 젖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광수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농촌에서는 ‘후보자들은 당선되면 시골에 찾아오지도 않을 사람들이니 선거 때 뭐라도 받아야 한다’는 인습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수용 경북경찰청 수사2계장은 “청도 재선거 수사 뒤 나타난 돈 선거 사례는 후보자 쪽이 직접 주민들에게 돈을 뿌리지 않고, 주로 사조직을 가동하는 데 사용한 것”이라며 “‘청도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계장은 “선거법을 보완해 돈 쓰는 후보를 일벌백계하고,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계도해 나가면 머잖아 돈 선거는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꼬리자르기에 선거법 무방비
옛인습 젖은 노인 많은 탓도 “청도 사건으로 이제 돈 선거는 숙질 줄 알았는데 ….” 지난해 12월19일 청도 재선거 부정사건 수사를 진두 지휘해 최근 주민 1500여명을 형사처벌했던 김수희 경북 고령경찰서장(당시 경북경찰청 수사과장)은 4·9 총선을 앞두고 다시 잇따르는 ‘돈 선거’ 보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정당 공천을 앞두고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뿌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의 통합민주당 민화식 후보의 부인과 측근을 광주지검 해남지청에 고발하고 민 후보에 대해 수사의뢰했다. 민 후보의 부인 등은 1월19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진도·완도지역의 읍·면 조직책 10여명에게 “지지기반을 넓혀 달라”며 1인당 120만∼400만원을 건네는 등 모두 3천여만원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 영양경찰서도 이날 불법 선거자금으로 추정되는 591만원의 돈뭉치를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한 무소속 후보의 선거운동원 두 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거제와 경주, 강원도 정선에서도 이번 총선과 관련해 돈을 주고받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김 서장 등 경북경찰청의 선거사범을 수사했던 간부들은 농촌지역에서 돈 선거가 계속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기초·광역의원이나 단체장 선거뿐 아니라, 축협, 농협 등 조합장과 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등 수많은 선거를 통해 사조직을 이용한 돈 선거 경험이 훈련되고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런 사조직들이 선거철이 되면 후보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거꾸로 후보한테서 금품선거를 요구받게 되고, 여기에 전문 선거꾼이 끼어드는 경우도 있다. 김 서장은 “각종 선거에서 시골 민심이 학연·지연·혈연(문중) 등으로 엮여 파벌화되면서 이들이 돈을 받지 않으면 다른 쪽을 찍는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둘째로는 꼬리 자르기가 가능한 선거법의 허점이다. 김 서장은 “현행 공직선거법은 잡힌 사람이 혼자 뒤집어쓰면 후보자가 직접 개입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후보자는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며 선거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배우자나 선거 사무장, 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되지만, 후보들이 주로 활용하는 사조직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법규는 미비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노인 인구가 많은 농촌이 돈 선거 문화에 젖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광수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농촌에서는 ‘후보자들은 당선되면 시골에 찾아오지도 않을 사람들이니 선거 때 뭐라도 받아야 한다’는 인습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수용 경북경찰청 수사2계장은 “청도 재선거 수사 뒤 나타난 돈 선거 사례는 후보자 쪽이 직접 주민들에게 돈을 뿌리지 않고, 주로 사조직을 가동하는 데 사용한 것”이라며 “‘청도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계장은 “선거법을 보완해 돈 쓰는 후보를 일벌백계하고,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계도해 나가면 머잖아 돈 선거는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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