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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어린이 성폭력 ‘땜질처방’

등록 2008-04-04 21:08

어린이 성폭력 ‘땜질처방’
어린이 성폭력 ‘땜질처방’
형량강화 등 엄벌대책 ‘실형’받는 사건만 효과
신고율 6.1%…공소시효 넘기기 다반사
전담수사제 예산·인력 확충등 근본대책 세워야
어린이 대상 범죄에 대한 정부 대책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때만 반짝하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러난 범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그동안 큰 사건 때마다 나온 대책들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시행 중인 제도에 인력과 예산을 투자해 실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숨겨진 범죄’ 훨씬 많아=직장인 박아무개(29)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원 운전기사가 강제로 입을 맞추고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했지만 지금껏 부모와 가족들한테 숨기고 살아왔다. 박씨는 “그때는 무서운 마음에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수치심에 끄집어 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통계를 보면, 13살 미만 어린이 대상 성범죄는 2005년 738건, 2006년 980건, 2007년 1081건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박씨의 경우처럼 드러나지 않은 범죄와 피해를 합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회의 조사를 보면 성폭력 범죄의 신고율은 6.1%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전자팔찌 도입이나 성범죄 처벌 강화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범죄 혐의가 인정돼 실형까지 받은 ‘일부’에 해당되는 문제”라며 “처벌받지 않는 수많은 성폭력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주요 아동 성범죄와 방지 대책
2006년 이후 주요 아동 성범죄와 방지 대책
■ 과거 대책 실효성은? =2006년 서울 용산과 2007년 제주에서 초등학생 성추행·살해사건이 터졌을 때도 정부는 어린이 성폭력 예방 대책을 우후죽순처럼 내놨다. 정부는 용산 초등생 살인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강화 △유전자 정보은행 설치 △성범죄특별대책단 구성 등을 뼈대로 한 ‘아동 성범죄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경기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 이후 내놓은 대책들과 비교해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소장은 “여론이 들끓으면 ‘재탕 대책’으로 면피하고 넘어가는 식이어서 정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13살 미만 아동 성범죄의 경우 ‘친고죄 규정’을 제외했지만 이 역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피해자가 어른이 된 뒤라도 처벌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배제됐다. 실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2004∼2006년 8월까지 공소시효가 지난 뒤 접수된 성폭력 상담 사례는 70.4%를 차지한다. 경찰이 도입하겠다는 아동 대상범죄 전담수사제 역시 주먹구구식이다. 일선 경찰서 형사·소년계 등에서 몇몇 경찰관을 빼내 꾸리는 식으론 전문적인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성폭력상담센터 문채수연 센터장은 “미국에는 10년이 넘도록 어린이 성폭력 진술녹화만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 ‘극약 처방’보다 ‘장기 투자’로 =전문가들은 “새로운 처방을 내놓기보다 끈기를 가지고 기존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실효성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조아무개(29)씨는 “규정상으론 1년에 10시간의 성교육 수업을 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론 일반 교과수업 시간으로 활용되는 등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어머니인 김경희(가명)씨는 “교육, 상담, 수사, 교정이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독립적인 아동 성폭력 수사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이금형 여성청소년과장은 “현재 어린이 성폭력 사건 조사 때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은 임의 규정인데 이를 의무 규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최원형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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