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생명 주식 차명 보유 사실을 밝힌 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현명관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 밝혀
특검, 오늘 이회장 재소환…삼성전자 임원 뭉칫돈 입금 확인
특검, 오늘 이회장 재소환…삼성전자 임원 뭉칫돈 입금 확인
삼성그룹 비서실장,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등을 지낸 현명관(67)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10일 자신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28만여주의 실제 소유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라고 밝혔다. 김용철 변호사 외에 삼성그룹의 전·현직 고위임원이 이 회장의 차명재산 보유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은 11일 오후 2시 이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현 위원장은 이날 제주도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를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쳐 제 명의로 된 삼성생명 주식이 실질적으로 제 소유라고 일관되게 말씀드려 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실제 소유주는 ‘그룹 오너’(이건희 회장)”라고 말했다. 그는 “제 명의로 된 삼성생명 28만800주는 1988년 신라호텔 전무 당시부터 줄곧 차명으로 보유해 왔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차명 보유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총선 전부터 사실을 공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총선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칠까 염려해 총선이 끝난 시점을 택했다”며 “사실 공개와 관련해 어느 누구와도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 위원장은 1993년 삼성그룹 비서실장에 이어 1996∼2001년 삼성물산㈜ 총괄대표이사 부회장, 2000년 삼성의료재단 이사장, 2001∼2006년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2003∼2005년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장 겸 부회장 등을 지냈다.
한편, 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이건희 회장 첫 소환 때는 비자금 및 차명계좌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 조사가 안 된 부분이 있다”며 “11일 이 회장을 다시 소환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 등 의혹 전반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특검보는 삼성에스디에스(SDS) 전환사채 헐값발행과 관련해서는 “이 회장의 역할 등과 관련해 여러 조사를 통해 혐의나 처벌 가능 여부를 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24층의 삼성전자 재경팀 사무실과 전산센터, 창고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특검보는 “삼성전자에 요청한 대외비 자료를 확보하려고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최근 삼성증권에 개설된 1300여 차명계좌 추적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임원들 이름의 계좌에 수십억원씩의 뭉칫돈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돈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데 쓰였고, 배당금이 모두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차명계좌에 있는 돈이 모두 이 회장의 상속재산 등을 불린 것이고 계열사에서 입금된 것은 없다는 삼성 쪽 해명과 어긋나는 것이다. 윤 특검보는 ‘압수수색이 이 회장 재소환과 관련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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