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내놓은 쇄신안의 핵심은 지주회사제 전환 검토와 4~5년 내 순환출자 해소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는 삼성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금산분리 원칙 완화를 포함한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이후를 겨냥한 ‘시간벌기용’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다.이학수 부회장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만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지금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현재 복잡하게 얽혀있는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삼성은 삼성생명이나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만들 수는 있지만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한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보험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지주회사도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면서 지주회사 전환 부담이 훨씬 가벼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험업법 규제완화와 맞물리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지금의 7.26%에서 더 늘리지 않아도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현행 소유지배구조를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학수 부회장은 전근대적 소유구조로 지적받아 온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서는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25.64%)을 4∼5년 내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이렇게 되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현 순환출자의 고리는 끊긴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순환형 구조가 아닌 피라미드형으로 바뀌는 셈이다.하지만 이 부분도 지난해 8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이미 예정됐던 일이다. 삼성이 이미 법률에 따라 이행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쇄신책에 끼어넣은 것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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