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 계열사 소유구조(2007년말)
이명박 정부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금산분리 원칙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때에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이 약속을 지킬 지 두고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은행업 포기는 실리적인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은 22일 발표한 경영쇄신안에서 “은행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의혹이 많았다”며 ‘은행업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삼성은 대신 “생명·증권·화재 등 비은행 금융사들을 일류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산분리 완화가 삼성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의식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이 은행을 소유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금산분리 완화로 보험지주회사가 도입되면 이를 통해 기존 지배·승계구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고 해석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삼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선 것도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보험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가려면 삼성생명 상장, 에버랜드에서 시작하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이학수 부회장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약 20조원이 든다”며 “앞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실리로 따지더라도 삼성이 굳이 은행업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은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자통법은 증권사 등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고 있다. 보험업법을 개정해 보험사에도 지급결제 기능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과 보험업에 강한 삼성이 굳이 은행업까지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0년 전 삼성이 ‘승용차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친 적이 있다”며 “약속을 지킬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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