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을 순식간에 휩쓸어간 ‘죽도 큰 파도’의 원인은 자연이 빚은 ‘비정한 우연의 일치’ 때문이었을까?
기상청은 5일 “기상 전문가들이 죽도에서 현지 조사를 해 보니, 이번 사고는 해안 파도가 방파제 등 인공 구조물에 부딪쳐 파(파도 또는 파동)의 에너지가 증폭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밝혔다. 기상청은 “사고 당시에 근처 해역에선 폭풍이나 지진이 전혀 없었기에, 강풍이나 폭풍·지진해일 같은 기상 현상이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니다”라며 이런 결론을 제시했다.
김승배 통보관은 “당시 만조 1시간50분 전쯤에 서쪽에서 다가오던 너울이 우연히 방파제와 특정한 각도로 정면 충돌을 하면서 파도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우연의 일치는 평시에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인적이 드문 때엔 잘 볼 수 없다가 때마침 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방파제 근처에 있다가 이런 일이 일어나 참변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안 조류가 왜 하필 그날 사고 시각에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참변을 일으켰는지는 기상학 말고 다른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조사에서 좀더 충분히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먼바다 심해에서 일어난 지각변동’이다. 이달수 해양연구원 박사는 “먼바다 심해에서 거대한 양의 바닷물을 미세하게 들었다 놓을 만한 지각변동이나 수중폭발 같은 충격이 잠깐 일어나면, 긴 파장의 조류가 생겨나 밀물처럼 몰려와서 수심 낮은 해안에다 한두 차례 큰 파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권원태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장은 “이번 한 차례 일어난 사고를 (장기 기후 변동인) 기후 온난화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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