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질환 ‘오진’ 1억 배상결정
40대 중반의 김아무개씨 부부는 90년대 낳은 두 딸이 자라나며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되는 척수성근위축증(SMA)이라는 유전적 질환 진단을 받자, 그 후로는 임신 때마다 산전 검사를 받았다. 2001년~2002년 김씨 부부는 두차례나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했다. 산전검사 결과, 두 딸과 비슷한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포기할 수 없었다. 2003년 김씨의 아내는 다시 임신을 했다. 다행히 ㄱ대학병원 산전 검사에서 태아 유전자에 질환이 없다고 나왔다. 김씨 부부는 셋째 딸을 낳았다.
그러나 1년 뒤 셋째 딸마저 두 딸과 같은 증상을 보였다. 김씨 부부는 2005년 ㄱ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병원의 과실을 인정해 김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병원 쪽은 항소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이인복)는 11일 “병원이 김씨 부부에게 1억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낸 조정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김씨 부부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분명하지만 장애 자체가 의료진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고, 판결을 통해 병원 책임이 인정될 경우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회피하고, 과도하게 낙태를 권유하게 될 위험도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