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티파팍(34·사진)
결혼이민여성 7명 등과 시골학교 돌며 인형극
“할머니, 내일 운동회인데 아빠가 못 오신대.” “엄마는 어쩌고?” “엄마는 싫어. 같이 가면 애들이 흉본단 말야.”
23일 대구시 동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경북도가 연 2008 제1차 어울림 정책포럼에서 특별한 인형극이 공연됐다. 결혼이민여성과 한국 주부들이 함께 만드는 인형극 <감자 먹는 사람들>이었다.
학교 운동회에 필리핀 출신 엄마가 오면 친구들이 흉볼까 걱정하는 아이를 조부모가 설득하는 등 다문화가정의 애환을 담은 인형극이다. 감자가 외국에서 들어왔지만 소중한 존재이듯 필리핀에서 시집온 엄마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이 끝나자 인형 뒤편에 있던 진짜 연기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 태국에서 온 최티파팍(34·사진)씨는 동료들과 함께 지난달 11일부터 벌써 40여 곳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에서 인형극을 공연했다.
티파팍은 태국에서 편의점을 경영하다 손님으로 온 남편과 열애에 빠져 2006년 10월 결혼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추운 날씨보다 더 어려운 건 언어 장벽과 친구가 없는 외로움이었다. 지난해부터 결혼이민자 지원센터가 있는 구미지역사회단체 ‘아름다운 가정만들기’를 찾아 함께했다. 그해 11월, 이 단체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아름다운 극단’이란 인형극단을 창단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한 것이다. 아름다운 극단은 한국인 주부 5명과 중국ㆍ몽골ㆍ베트남ㆍ필리핀ㆍ태국 등 결혼이민여성 8명 등 모두 13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도내 각 시군을 돌며 인형극을 상연하고 극이 끝난 뒤에는 저마다 자기 나라 전통의상을 입고 나와 문화도 소개하고 있다. 한 주에 세번, 하루 두 차례 공연을 위해 경북의 오지로 차를 달린다. 아침 7시30분에 출발해 해질 무렵에 돌아오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고단하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떠올리면 피로도 잊고 또 길을 나선다.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는 티파팍은 “나중에 우리 아이가 태어나 혹시 차별받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인형극을 통해 어린이들이 다문화 가정과 자녀들을 친밀하게 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극단은 더 많은 나라 출신의 외국인 주부들을 모집하고 있다.(054)464-0545.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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