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천하려 법률자문 받고
돈 안내면 후순위로 밀어내
돈 안내면 후순위로 밀어내
검찰의 비례대표 공천 비리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돈 공천’의 전말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자한테서 거액을 받으면서 법적 책임을 비껴가려고 법률 자문을 받고, 돈을 내지 않은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는 후순위로 밀리는 등의 후진적 정치 관행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 공상훈)는 회삿돈을 빼내 15억1천만원을 공천 대가로 준 혐의로 전날 구속한 김노식(63) 친박연대 비례대표 당선인 등에 대한 조사에서, 친박연대 쪽이 고액의 공천 헌금을 합법적 당비로 꾸미려고 법률 자문을 받은 단서를 잡은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서청원(65) 공동대표의 김아무개 보좌관이 지난 3월 중순 박아무개 변호사한테 문의해 받은, 후보들한테서 후원금보다는 상한액 규정이 없는 당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게 좋겠다는 답변을 담은 전자우편 내용이 확보된 것이다.
또 서 대표 쪽의 유아무개씨가 지인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는 친박연대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내정됐던 문아무개 의원이 애초 내기로 한 돈을 제공하지 않아 다른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내용의 녹취록 내용이 발견됐다. 이 녹취록에는 지역구 후보로 나선 서아무개씨가 이아무개 최고위원에게 ‘비례대표 1번을 받으려면 10억원을 가져오라’고 했고, 이 최고위원이 돈을 내지 않자 여성으로서 마지막 추천 순위인 13번으로 공천됐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검찰은 또 지난 3월25일 서 대표가 친박연대 최고위원회에 공천의 전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해 승인받은 뒤 ‘비례대표 선순위 공천자로부터 돈을 받고 공천을 하자’고 말했다는 참석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한 최고위원이 서 대표에게 공천헌금 20억원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인사를 비례대표 4번으로 추천했다가 무산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수사의 마무리 단계로 서 대표의 출두를 요구하고 있는 검찰은 그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르면 다음 주중으로 김 당선인을 구속 기소하고, 서 대표, 양정례(31) 당선인과 어머니 김순애(58)씨, 김원대 기조국장, 손상윤씨 등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