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27일 새벽 서울 종로 종각 앞 거리에서 연행자의 즉각 석방과 협상 철회 등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방패를 휘두르며 강제 해산시키고 있다.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대검주도로 열려 “주동자·배후 철저수사”
검찰이 직접 영장청구 선별작업 ‘이례적’
검찰이 직접 영장청구 선별작업 ‘이례적’
미국산 쇠고기 반대 거리행진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전면에 나서며 공안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우발적으로 도로를 점거하다 연행된 시민들을 모두 입건하거나, 등장하지도 않은 쇠파이프 등을 거론하며 ‘구속수사 엄포’를 놓는 등 과거 ‘공안검찰’의 행태도 감지돼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박한철)는 27일 오후 공안대책협의회를 긴급 소집했다. 주요 공안 사안이 발생하면 검찰 주도로 경찰 등 관계기관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데, 집회·시위와 관련해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리기는 2006년 경기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이후 처음이다. 관계기관들이 모이는 공안대책협의회는 ‘정무적 판단’을 한다. 큰 틀에서 대응 강도와 형사처벌 수위 등을 정한다. 이날 협의회는 “합법적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장하고, 일시적·우발적 법 위반은 계도하겠지만 도로점거나 경찰관 폭행 등 명백한 불법·폭력 시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협의회는 지난 25일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국가정보원, 경찰 등이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강경대처 방침을 정한 지 이틀 만에 열렸다. 검찰은 사흘 연속 벌어진 도로점거를 심각한 공안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희관 대검 공안기획관은 “연속된 도로점거를 그대로 두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며 “낮은 수준의 범법 행위라도 어떤 식으로든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폭력시위도 아닌 일반인들의 도로점거 사건에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린 것을 두고, 과거 공안검찰의 부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은 “자칫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했던 과거의 잘못된 시위문화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며 위기감을 한껏 부풀렸다. 법무장관 역시 통상 이 정도 사안에 나서지 않아 왔는데, 김경한 장관이 26일 “엄정 처벌” 의지를 밝히며 진두지휘를 자처한 것도 검찰 온건파가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주말 벌어진 거리행진에서 1차로 연행된 36명의 구속영장 청구 대상 선별작업을 ‘직접’ 했다. 이런 사안은 대부분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 대상을 먼저 가린 뒤 이를 검찰이 검토하는 식으로 처리해 왔다. 경찰이 무리를 하더라도 검찰 선에서 적절하게 제어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검·경이 한몸처럼 강경대응을 부르짖고 나선 것이다.
검찰 안에서도 지나치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기본적으로 선진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불법 시위를 엄단하는 것은 찬성”이라면서도 “36명 전원을 입건한 것은 좀 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에서도 검찰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공기업 수사나 이번 촛불시위와 관련해 검찰이 그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게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가담 정도에 따라 선별해 처리하는 게 검찰이 할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남일 김지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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